11월18∼22일 예술의전당서
![]() |
◇발레 ‘왕자 호동’ |
1988년 임성남 국립발레단 초대 예술감독의 안무로 공연한 뒤 20여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호동왕자 설화다. 이번 무대는 총연출 국수호, 안무 문병남, 무대 신선희, 작곡 조석연, 의상 제롬 캐플랑 등이 참여해 안무, 무대, 의상,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새롭게 꾸민다. 2막12장의 드라마 발레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극적 사랑이 섬세한 몸짓으로 다시 태어난다.
국수호 연출가는 “호동과 낙랑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극적인 소재”라면서 “권력을 다 내려놓고, 사랑을 좇아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순수한 삶을 발레로 보여줌으로써 흥미, 돈, 쾌락만 좇는 현대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국가·전쟁·사랑·배신·죽음 등 모든 인생사를 담은 작품은 화려함과 웅장함을 내세워 볼거리를 쏟아낼 계획이다. 첫장은 28명의 남성 무용수가 펼쳐보이는 군무로 고구려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전쟁 등 선 굵은 장면이 무대의 장중함을 전한다면 6장에서 만나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듀엣은 섬세한 몸짓으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7장에서 이뤄지는 결혼 장면은 다채로운 축하무로 한국적 미를 축약해 맛볼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된다.
문병남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은 “발레와 한국적 문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한국무용의 장점인 팔동작과 발레 특유의 발동작을 결합해 아름다운 몸짓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주인공인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역엔 국립발레단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번갈아 출연한다. 김현웅·김주원, 이동훈·김지영, 이영철·박세은 등이 세 가지 빛깔로 이 애달픈 사랑을 무대에 쏟아낸다. 이번 무대가 첫 전막 주역 데뷔인 박세은은 국내 발레리나를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박세은은 2007년 로잔콩쿠르 우승 후 아메리칸발레시어터2(ABT 2)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다 올해 초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20여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왕자 호동’에 대한 기대는 크다. 임성남의 ‘왕자호동’에 문병남과 나란히 남녀 주인공을 맡았던 최태지 예술감독은 “직접 출연해 추억과 애정이 서린 작품이라 창작발레를 한다면 ‘왕자 호동’을 하고 싶었다”며 “국가를 대표해 세계무대에 당당히 보여줄 수 있는 공연으로 가꿔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5000원∼10만원. (02)587-6181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