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신운용 책임연구원은 안 의사 의거 2년 전인 1907년 중국 하얼빈에서 한국인 김재동 등이 일본인을 살해한 사건 기록을 최근 일본 외교사료관에서 발견해 18일 공개했다. 자료에는 일제가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과 이후 재외 한인 재판권 문제를 검토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김재동 사건 직후 하얼빈 주재 일본 총영사이던 카와카미 도시히코는 러시아가 김재동을 넘겨주려 하지 않자 고무라 주타로 외상에게 전문을 보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훈령을 청한다”고 문의했다. 이에 고무라 외상이 신병을 인도받으라는 훈령을 내렸고 결국 일제는 이들을 넘겨받아 사형을 선고했다.
이듬해 이토 히로부미는 이 사건에 대해 하야시 다다스 외상에게 전문을 보내면서 외국에서 조선인에 의해 일어난 사건을 일본이 직접 재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토는 전문에서 “재러 한인 재판에 한국 정부와 협의할 당위성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이 경우 법률을 제정해야 하고 실행상 지장이 적지 않으므로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당시 국제법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러시아에서 재판을 주관해야 하고 일본에 신병을 인도하려면 한국과 협의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사료에서 보듯 일본은 ‘편의상’ 재외 한인에 대한 사법권을 불법적으로 가져갔고 그 부당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자료는 일제가 안 의사를 일본 법정에서 재판한 것이 정당했는지를 둘러싼 한일 역사학계의 논란에 새로운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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