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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고리대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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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06 20:56:12 수정 : 2009-10-06 20: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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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놓고 돈 먹기’ 하는 업은 다양하다. 은행 대출과 채권투자, 주식투자, 부동산투기가 그 범주에 든다. 경마와 카지노, 경정, 경륜도 돈을 걸고 일확천금을 노린다는 점에서 그다지 차이가 없다. 경제를 선순환시키느냐, 도박풍조를 만연시키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돈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가장 악질적인 돈 놓고 돈 먹기는 고리대금(高利貸金) 행위다. “빌리는 사람이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느냐?” 고리대금으로 배를 불리는 자들이 하는 말이다. 도척이 따로 없다. 턱없이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리는 사람은 십중팔구 갚을 능력이 없다. 돈을 빌려준 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뜯어내는 그들에게서 인간성이 자리할 틈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자들에게서 맹자의 성선설은 맥을 못 춘다. 고리대금업자에게는 늘 협박공갈·폭력·조폭·인신매매·자살과 같은 말이 따라붙는다. 본디 인간은 악하다는 순자의 성악설이 더 그럴듯하다.

고리대금업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고리대금업은 이미 삼국시대에 사회를 피폐하게 했다. 귀족사회였던 신라나 고려에서는 많은 귀족이 고리대금으로 땅을 넓혔다. 땟거리가 없는 소농에게 장리(長利)를 놓고, 갚지 못하면 땅을 빼앗았다. 이를 통해 그들은 세력을 키웠다. 땅을 빼앗긴 소농은 소작농이나 노비로 전락했다. 조선시대 후기에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온 천지에 빈민이 들끓고 농민반란이 일어났다. 나라는 패망의 길을 걸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역사 과정은 반복됐다. 그런 까닭에 어느 시대든 고리대금업은 사회악으로 여겨져 왔다. ‘고리대금업이 흥하면 나라는 망한다’는 것은 역사적인 교훈이다.

고리대금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1∼8월에 적발한 불법 고리대금사건은 1만2000건을 웃돈다고 한다. 3년 새 20배나 불어났다. 경제난의 결과인 듯하다. 걱정스러운 것은 고리대금업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이다. 전·현직 공무원이 고리대금업자로 나서고, 중학생까지 고리의 돈을 빌려 쓴다. 이자율이 연 1500%대에 이르는 고리대금까지 있다.

고리대금업은 사회악이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뿌리뽑아야 한다. 업자 몇 명 잡아들인다고 해결될까. 정답은 경제다. 나라 살림이 좋아져야 뿌리 뽑힌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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