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최근 몇년 새 더욱 뜨거워졌다. 과거에는 술자리 안주 삼는 수준에서 머물렀다면, 지금은 직접 개입해 사회적 의제로 형성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대중들에게 제공된 것이 1차적인 요인이고, 포털사이트들의 실시간 검색어에 연예 관련 이슈가 대거 배치되면서 클릭수를 유도키위한 연예매체들의 경쟁적인 '검색어용 기사 생산'도 한 몫했다. 이때문에 한번 보고 넘어갈 수 있는 연예계 가십이 순식간에 온 국민이 알아야 될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는 연예인을 대하는 일반인의 정서에 '연예인=공인(公人)'이라는 점이 조금씩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새 사회에서 영향력이 생긴 연예인들의 위치를 지적하며, 높은 도덕성과 자기 관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말 연예인이 공인인가라는 논의가 아직도 팽팽하지만, 발언 하나가 사회적 파급력을 갖는 등의 영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은 이런 자신들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인터뷰나 방송 등에서 연예인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의미있는 발언들을 살펴보면, 연예인들 저변에 깔린 인식들을 조금은 살펴볼 수 있을 듯 싶다.
김태우 "연예인은 공인 아닌 기술자"
우선 '사랑비'로 컴백한 GOD 출신 가수 김태우의 발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김태우는 많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을 더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고 기술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때문에 모범적으로 살 의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적인 영역까지 터치를 받는 것은 압박이고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다들 연예인들이 만든 영화, 노래 등을 즐기며 여가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를 푸는데 그 연예인이 조금만 잘못해도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라며 2PM의 재범 사건이나 슈퍼주니어 강인의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물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그 영화와 노래를 즐기는데 대중들이 소비자가 되어 그만큼의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냐"고 반박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김태우는 인터뷰 등을 통해 연예인도 '직업을 연예인으로 선택한 개인'으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출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 9월3일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한 노배우 이순재는 달리 말한다. 물론 후배 연기자에 한해 이야기했지만, 모든 연예인에게 공통으로 적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순재 "연예인은 공인. 그만큼 조심하고 희생정신 필요"
이순재는 당시 방송에서 "요즘 젊은 후배들은 팬들 고마운 줄 모른다. 매니저 시켜서 다 쫓아내고 혼자 고고한 척 한다"며 "팬들 고마운 줄 모르고 고고한 척은 다 하면서 시청률은 왜 보냐"고 따끔하게 질책했다. 이어 "배우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남자 연예인들은 재벌의 술 상대였고, 여자 연예인들은 술자리의 꽃이었다"며 "지금 연예인들은 홍보대사도 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며 달라진 연예인들의 위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순재는 오래 전부터 연예인을 공인의 범주에 넣어 연예인이 법을 어길 때마다, 더 조심하고 희생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력위조 논란이 있었던 2007년에도 이순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연예인들의 인기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잘나가는 연예인들을 데려다 각 기관에서 홍보대사로 영입하는 이유도 그들의 이미지가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해야 한다. 인기가 있다고, 돈이 많다고 해서 탈법해도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인기는 특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수록 더욱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을 가진 사람들, 특권자들은 더욱 더 열심히 법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공인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라며 “공인은 자신의 이익을 뒤로 돌리는 의식과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공인이라는 신분은 사람들에게 봉사를 하라는 명령이지 잘났다고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인으로서 연예인의 태도를 강조했다.

공인의 문제가 아닌 상황으로 대중이 연예인을 대하는 범위를 설정한 사례도 있다.
방송인 강호동은 지난 9월7일 SBS '야심만만 2'에서 "연예인으로서의 불편함은 출연료에 포함돼 있다"라는 말로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앞서 김C가 "사적인 공간에서 사진 찍어달라는 제의를 모두 거절해왔다"는 말에 강호동이 이같이 응수한 것이다.하지만 MC몽은 "우리와 출연료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연예인의 출연료의 산정이나 지출이 공공재 차원에서 다뤄진다면 이들은 공인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출연료는 경쟁에 따른 몸 가치를 책정한 것이기에 공인 여부에서는 논의될 수 없다. 그러나 대중이 주는 인기가 몸가치를 따지게 되어 출연료에 반영하게 된다는 것은 감안하면, 공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에 준하는 형태로 연예인의 위치를 설정할 수는 있다.
공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사회적인 책임과 모범적인 삶, 그리고 사적인 영역까지의 관심 여부가 결정된다는 전제를 하면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느냐에 따라 연예인을 보는 시각이나 대하는 태도, 그리고 언론보도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연예인의 공인 여부는 좀더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될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사적 영역'에 대한 침해의 논란은 연예인 스스로가 자신들의 열애, 결혼은 물론 거짓으로까지 과거 어떤 이성이 대쉬했다는 등의 발언을 방송에서 지나칠 정도로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지금, 대중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세계닷컴 DB, 폴라리스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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