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대법관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압권이다. 민 후보자는 대구고법 판사로 재직 중이던 1990년 9월9일 서울 강남의 도곡동 사원아파트로 주민등록을 옮겼다가 같은 달 20일 근무지인 대구로 주소를 변경하면서 아파트를 처분했다. 근무지 이동에 따른 전매가 가능토록 한 주택건설촉진법상 예외조항을 악용한 것이다. 그는 앞서 이미 8월에 서울 여의도에 다른 아파트를 계약했고 그해 12월 이곳으로 주소지를 다시 옮겼다. 그야말로 아파트 전매를 노린 전형적인 위장전입이다.
민 후보자는 이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곤란하다. 대법관 후보자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위장전입 사실을 ‘위장’하고 있었을 것 아닌가. ‘불법 대법관’의 판결을 과연 몇 명이나 신뢰할지 사법부의 앞날이 캄캄하다. 사죄성 언사 몇 마디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민 후보자의 부인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대동소이하다. 그는 지난해 4월 ‘농지매입을 위해 위장전입한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을 요구했다. 제 잘못은 숨기고 남의 허물만 캐는 언행 불일치도 유분수다. 공당의 대변인이 그 정도 두꺼운 가면을 썼다면 자리에서 물러나 자숙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법을 수호하고 준법의식의 귀감이 돼야 할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교육 목적’ 위장전입도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법 준수를 생명으로 여겨야 할 사람들이 불법·탈법을 밥 먹듯 해서야 공직기강인들 제대로 서겠는가. 여기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설마저 나오니 통탄할 일이다.
한나라당은 ‘도덕성보다 능력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변한다. 능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위장전입은 그 이전의 불법 문제다. 단순한 도덕성 문제가 아닌 것이다. 법을 어긴 인사가 법을 다스리는 자리에 있다면 그 자체로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직자 수준을 떨어뜨리고 자라나는 세대에 법을 지켜야 된다는 의식을 약화시킬 수 있다. 어떤 면에서든 위장전입자는 고위공직자로서 부적합하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용퇴의 목소리가 거세질 않은가. 정부는 위장전입 전력자를 인사검증 단계에서부터 단호히 배제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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