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부부는 아침부터 정겨운 웃음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있는 영월에는 볼 것과 먹을 것도 많다. 주천강이 흐르는 주천면과 수주면의 마을과 사찰도 즐겨 찾아볼 만한 곳이다. 영월이 자랑하는 사찰은 수주면의 법흥사다. 법흥사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다. 적멸보궁은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법당이다. 법흥사는 신라의 고승인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서 진신사리를 모셔와 봉안한 곳이다. 절 앞마당을 지나 적멸보궁으로 올라본다. 절의 역사가 신라 때부터이니, 이곳 숲 또한 그 세월을 이어왔을 터다. 사찰 주변의 무성한 소나무들이 길을 덮을 듯 그늘을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 한곳에서 세월을 만들어왔을 나무들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해마다 철마다 바뀌었을 것이다. 무성한 소나무들이 제 시절을 만난 듯, 속세 사람에게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니 절로 기운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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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호총에서는 효자와 호랑이의 의리를 되새길 수 있다. |
법흥사가 있는 수주면의 마을 이름들은 그 자체로 기억에 남는다. 이곳에는 법흥리도 있지만, 무릉도원도 있다. 무릉리와 도원리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만큼 살기좋다는 자부심이 주민들에게는 가득하다. 자동차로 무릉리와 도원리를 찾아보았더니, 논이 제법 많이 마을을 차지하고 있다. 영월군에는 논이 없고 밭이 많다고 하더니, 이곳은 살기좋은 것을 표시라도 내듯이 논이 많다.
그 수주면 무릉리에 요선정과 요선암이 있다. 아름다운 분위기를 내는 절경이다. 요선암은 강물이 넘칠 듯 말 듯 흐를 때 더 아름답다. 사진작가들이 오랫동안 찾았을 만큼 제법 알려진 곳이다. 간혹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면, 작가들은 여인을 모델로 해서 서둘러 ‘예술작품’을 찍었다고 한다. 그 사진을 보고 어느 누구는 무릉도원의 무릉리에서 얻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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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절벽 위의 요선정이 소나무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절경처럼 ‘삶’의 굴곡도 때로 드러나지 않지만, 노력하는 이에게는 제대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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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조차 제대로 먹기 힘든 시절에 만들어 먹던 메밀 칼국수에 질려 꼴도 보기가 싫었다는 ‘꼴두국수’이지만 지금은 웰빙 음식이다. 꼴두국수와 함께 평생을 함께 한 노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
주천강이 흐르는 길가에는 ‘영월 주천 쌍섶다리 유래’가 적혀 있다. 그 유래를 읽어보고 요약해 본다. 1457년 10월 단종이 사약을 받고 승하한 뒤에도 백성들은 단종을 흠모했다. 1699년 숙종은 노산묘를 장릉으로 추봉하고 신임 강원관찰사는 반드시 이를 참배하게 했다. 원주에서 오는 관찰사 일행은 주천강을 건너야 했으나, 외섶다리로는 건널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주천강을 사이에 둔 두 마을의 주민들이 경쟁을 하며 쌍섶다리를 만들어 관찰사가 지날 수 있게 했다. 그러다가 지역주민과 출향인 최계경이 힘을 합쳐 2003년 12월 300여년 만에 쌍섶다리 놓기 전통을 재현할 수 있었다.
주천강 건너편의 망산(望山) 기슭에는 술이 나온다는 ‘주천(酒泉)’이 있다. 그 망산 건너편을 지키는 것은 ‘죽은 호랑이’다. 주민들은 “전국에서 아마 유일한 호랑이 무덤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한 호랑이가 아닌 사람과 의리를 지킨 ‘의로운 호랑이’다. 그래서 무덤 이름도 의호총(義虎塚)이다. 주천에 효성이 지극했던 금효자가 있었다. 위급한 모친을 위해 약을 구했지만, 물이 불어난 주천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효자를 주천강을 건너도록 도운 이는 호랑이였다. 부친과 숙종 임금이 3년 터울로 세상을 뜨자, 금효자는 모두 6년의 시묘

영월에서 먹을 것을 빼놓아서도 안 된다. 술도 좋고 한우도 좋지만, 이곳에서 별미로 먹는 꼴두국수와 올창국도 제맛이다. 주천면의 신일식당(033-372-7743)에서는 메밀로 만든 꼴두국수와 옥수수로 만든 올창국을 접할 수 있다. 70대 노부부가 정겨운 웃음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꼴두국수는 가난한 시절 하도 먹어서 ‘꼴도 보기 싫다’해서 붙인 이름이라는데, 두 부부는 아침부터 연방 웃는 얼굴이다.
영월=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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