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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탄 퍼부은 '마리 아빠' 조진웅

입력 : 2009-08-27 19:58:30 수정 : 2009-08-27 19: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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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해설위원역 조 진 웅
◇조진웅은 “배우 이름보다 캐릭터가, 캐릭터보다는 장면이 더 남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스포츠월드 제공
‘명품 조연’ 조진웅(33)은 몇 달 전 잔뜩 조바심이 났다. ‘국가대표’ 촬영은 어느 정도 진행된 것 같은데 김용화 감독으로부터 콜이 없었다. 분명 ‘마이 뉴 파트너’ 쫑파티 때 “네가 할 일이 있을 테니 연락하면 도와 달라”고 신신당부했던 김 감독이었다. 몸집이 왜소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는 스키점프 소재 영화에서 키 186㎝, 몸무게 95㎏인 그가 맡을 만한 역할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쫑났나” 싶던 차에 해설자 역할이라는 귀띔이 있었고 각종 경기 중계장면을 살펴보며 준비하던 중 강원도 평창으로 넘어오라는 연락이 왔다.

단 하루 만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그와 캐스터 역의 김성주 전 아나운서를 위해 김 감독은 그간의 촬영분을 보여줬다. CG도, 포커싱도, 음악도 없는 그냥 날것의 그림들이었다. 그런데 눈물이 났다. 조그마한 모니터 화면에서 이야기의 감동과 배우들 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록 우정출연이지만 이런 훌륭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고 자신의 존재가 영화에 누가 되지 않길 바랐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지만 주연들의 대사가 거의 없는 중계 장면에서 행여 그의 잘못으로 1시간30분간 촘촘하게 끌어온 극의 감정선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웠다.

감독은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의 느낌을 주문했다. 조진웅은 ‘신명나는 입담과 인간미 넘치는 해설’로 받아들였다. 관객은 “아∼까불면 안 돼요” “이젠 까불어도 돼요” 등 배꼽 잡게 만드는 해설을 더 기억하지만 그는 선수들의 떨림과 긴장, 환희는 물론 그 이면의 땀과 눈물을 전달하는 데 더 주력했다. 관객이 자신처럼 “잘해라. 제발 금메달 한 번 가자”라고 응원하도록 30쪽짜리 대본은 보지도 않은 채 대여섯 시간을 신명나게 놀다 보니 감독의 OK사인과 함께 스태프의 박수가 쏟아졌다.

조진웅은 유치원 때 본 윤복희 주연의 뮤지컬 ‘피터팬’에 꽂혀 훗날 이름까지 빌려준 아버지 몰래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군 복무 때 연극반을 만들 정도로 ‘무대만이 내 갈 길’이라고 믿었는데 2004년 서울 역삼동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군대 선임병의 꼬드김으로 ‘말죽거리 잔혹사’에 출연하게 됐다. 연기하면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우선 신기했고 오디션이라는 공정한 룰 등 영화적 시스템에 매력을 느꼈다. 자폐아 두식이로 출연한 ‘우리형’, 조인성 곁을 지키는 순둥이 조폭 역의 ‘비열한 거리’, 왕비의 오빠로 등장하는 ‘쌍화점’ 등 벌써 15편의 필모그래피를 갖게 됐다.

그가 보기에 배우는 ‘굿쟁이’(무속인)다. 주어진 역할에 몰입하는 배우의 모습은 굿쟁이의 ‘접신’과 다름 아니다. 맡겨진 배역에 따라 시시각각, 형형색색 변하기 위해 그는 늘 자신을 최대한 하얗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감독이 파란색을 원하는데 부러 빨간색을 칠하는 등 연기 외적인 사심이 들어가면 배우로선 자격미달이고 작품은 망한다고 믿는다. 조진웅은 “물론 단역배우라는 포지션의 한계를 느꼈던 적도 많다”면서 “하지만 주연이든, 조연이든, 단역이든 영화에 꼭 필요한 요소이고 배우가 해결해야 할 연기적 거리들이 분명 있더라”고 말한다. 다음달엔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 10월쯤엔 김영호, 유승호, 고창석 주연의 ‘부.산’에서,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 끝난 뒤엔 TV사극 ‘추노’에서 그의 연기를 만날 수 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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