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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블릭 에너미'

입력 : 2009-08-14 02:45:34 수정 : 2009-08-14 02: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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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美 전설적 은행강도 실화 다뤄
서민의 우상이 된 '공공의 적'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에는 선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악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히트’의 알 파치노(한나 역)가 그랬고, ‘콜래트럴’에선 톰 크루즈(빈센트 역)가 그랬다.

만 감독이 3년 만에 들고 온 신작 ‘퍼블릭 에너미’(12일 개봉)에선 조니 뎁이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이 배우는 이번에는 중절모를 쓴 은행강도 존 딜린저 역을 맡아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유혹한다. 톰슨 기관총을 든 채 은행 책상을 뛰어넘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달리는 차에 매달리는 액션도 마다하지 않는다.

딜린저는 대공황기였던 1930년대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전설적인 은행강도. 단숨에 은행을 제압하고 수사기관을 농락하듯 달아나는 대담한 범행으로 13개월간 11번의 은행 털이와 2번의 탈옥을 성공한 실존 인물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역사상 최초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공공의 적’이었지만, 대중에게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불황의 원인으로 지탄받는 은행 돈만을 털 뿐 서민의 돈을 건드리지는 않았고, 인질들에게도 신사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그를 대중적 스타로 만들었다.

영화는 딜린저라는 악인을 미화하지도 않고, 반대로 그 역시 일개 악당에 불과하다고 웅변하지도 않는다. 일부러 극적 긴장감을 가미한다거나 인물의 심리 묘사에 공들이지도 않는다. 영화는 대신 당시 상황을 충실하게 재연하는 데 집중한다. 딜린저 일당이 실제 범행했던 장소에서 당시 사용했던 무기와 차량을 활용해 촬영한 장면 하나하나에는 사실성이 넘친다. 영화는 그러면서 그저 딜린저의 탈옥 및 범행 장면과 수사기관의 추격을 따돌리는 모습을 시종 담담하게 비출 뿐이다.

만 감독의 전작에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가 펼치는 대결구도에 흥미진진함을 느꼈던 관객들이 ‘퍼블릭 에너미’를 보면서는 몰입에 어려움을 겪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명배우가 딜린저를 쫓는 수사요원(멜빈 퍼비스)으로 나서 조니 뎁과 대결구도를 형성한다. 하지만 둘 중 어느 한 명에게 선뜻 감정이입을 할 공간을 남겨두진 않는다. 동료들이 하나 둘 자기 곁을 떠나고, 수사기관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오는 걸 보면서도 특별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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