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합의 못해 금고10월·집유2년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중상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를 처벌하도록 한 지난 2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처음으로 법원이 중상해 운전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중상해 교통사고를 냈다가 기소된 운전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와 합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 형사3단독 나경선 판사는 지난달 시내버스로 보행자를 치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박모(36)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버스 운전기사인 박씨는 지난 3월 대전 시내를 주행하다 오른쪽 도로에 서 있는 피해자 A씨를 보지 못하고 버스 앞부분으로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피해자 A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타인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중상해를 입었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중상해는 사망에 버금가는 피해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처벌과 직결된 합의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 헌재의 결정 취지로 이번 판결은 그 취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지난 2월 종합보험에 가입한 사고 운전자는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혔더라도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등의 잘못이 없다면 형사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면책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그러나 중상해 교통사고라도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합의가 이뤄지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되고, 재판 중에라도 피해자와 합의하면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다. 실제로 헌재 결정 이후 입건된 중상해 교통사고 8건 가운데 2건이 기소된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져 법원으로부터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0단독 홍기찬 판사는 지난 4월 관광버스를 운전하다 보행 중인 안모씨를 치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김모(52)씨에 대해 이날 공소기각 판결했다. 지난달 초 광주지법도 6살짜리 어린이를 치어 사지마비의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모(65)씨가 피해자 측과 합의하자 처벌을 면해줬다.
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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