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에서 현실로=13일 평화통일재단 등에 따르면 베링해협은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시베리아 사이에 있는 폭 85㎞의 해협으로, 100년 전부터 양안을 연결해 철도를 건설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있어 왔다.
실제 1만3000년 전만 해도 두 지역은 육지로 연결돼 있었다. 이 계획이 성사되면 유로터널(약 50㎞)을 뛰어넘는 세계 최장 해저터널이 된다. 재단 측에 따르면 해저터널은 러시아 추콧카반도의 데즈네프곶에서 출발해 베링해협 한가운데에 있는 대(大)다이오미드섬(디오메데·러시아령·29㎢)과 소(小)다이오미드섬(미국령·7.4㎢)을 거쳐 미국 알래스카주 웨일스곶으로 연결된다.기본 구상은 철도가 놓일 메인 터널 2개(직경 12∼14m), 송전·송유·가스관 등이 들어갈 서비스 터널 1개(〃 7∼9m) 등 ‘해저터널’과 섬 두 개를 연결할 다리로 구성된다. 거리는 유로터널의 두 배에 이르지만, 해저부 지질이 화강암 단층지괴를 석회암이 덮고 있어 굴착이 가능하고 수심도 50m 정도에 불과하다. 베링해협 양쪽에는 330만∼400만㎡(약 100만∼120만평) 규모의 국경도시와 터미널이 설치된다.
특히 대·소 다이오미드섬 사이 4㎞ 구간은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설계 공모에서 두 섬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생각지 못한 제안이 많아 교량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 성사는 미·러 양국 정부에 달려 있다. 특히 미국 측 결단이 관건이다. 이용흠 평화통일재단 상임 부이사장은 “유로터널은 나폴레옹 시대 때부터 연결하자는 제안이 나왔다”면서 “(대륙세력의 침입 등 우려로) 줄곧 반대하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유럽 통합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면서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시베리아 개발이 시급한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2007년 G8(주요 8개국) 회의에서 기초 제안을 하는 등 적극적이다. 재단 측은 오는 9월 푸틴 총리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평화의 초석=‘베링 프로젝트’는 1981년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IIFWP) 문선명 총재가 ‘인터내셔널 하이웨이’ 건설을 선언하면서 태동했다. 아프리카 희망봉에서 칠레 산티아고까지,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까지 세계를 순회 질주할 수 있게 만든다는 국제고속도로 구상에서 베링해협의 연결은 필수다. 문 총재는 2005년 베링 프로젝트 추진을 공식 선언했으며, 총 공사비로 2000억달러를 추산했다.
이 부이사장은 “흔히 길이 뚫린다고 하면 경제적인 측면만 생각하지만, 물자와 사람이 소통하면 문화와 사상, 종교, 혈연의 교류가 이뤄진다”면서 “평준화된다는 것은 곧 평화를 뜻한다”고 말했다.
미개척지인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자원을 개발해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글로벌 부(富)’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적 소통’을 통해 세계 평화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링 프로젝트가 착공 단계에 들어서면 한국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인력이 대거 동원되도록 해 남북 통일과 북한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재단 측은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 정책자문 담당인 블라디미르 수린 박사는 최근 “러시아는 심각한 인구 감소와 사실상의 시베리아 방치로 영토를 보전하기 힘든 국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한국과 ‘공생국가’ 관계를 맺어 한민족이 시베리아로 자유롭게 이주해 개발에 앞장서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는 ‘코리아 선언’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베리아 동토에는 세계 천연가스의 37%, 석유의 5.8%가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터널이 뚫리면 러시아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와 석유를 미국에 바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미국으로서도 석유 수입선을 중동에서 시베리아로 다변화해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문 총재는 지난 5월 출간한 자서전에서 “미국이 이라크에 퍼붓는 전비만 투입해도 베링해협 해저터널을 뚫을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6년간 이라크전에 투입한 전비는 6570억달러에 이른다.
재단 측은 “베링해협은 시간과 공간, 이념, 역사의 장벽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며 “막혔던 길을 열어 인종, 문화, 종교, 국가 간의 벽을 헐어내고 소통을 통해 인류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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