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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격변기 중도지식인의 일기

입력 : 2009-06-26 17:04:21 수정 : 2009-06-26 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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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서/김성칠 지음/전병준 해제/창비/1만6000원

김성칠 지음/전병준 해제/창비/1만6000원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닦지 않으면 흐려져 볼 수 없고, 잊으려고 해도 망각되지 않는다. 남북이 반목하는 지금의 한반도는 1950년 전후 이 땅을 드리웠던 살풍경과 묘하게 닮았다. 광복 이후부터 1951년까지 혼란의 공간에서 고민했던 중도적인 지식인의 일기를 묶은 ‘역사 앞에서’는 1993년 간행됐다. 저자는 전쟁 와중에 살해돼 39세로 생을 마친 김성칠 서울대 사학과 교수.

같은 이름으로 새로 간행된 ‘역사 앞에서’는 16년 전의 책과 달리 유족 관련 부분을 줄이며 ‘공공의 장’으로 끄집어냈다.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의 해제로 객관성을 높였다. 해제자는 일기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은 서울대 문리대에 관한 부문이라고 꼽는다.

일제강점기의 경성제국대학은 개교 이후 20년 동안 고작 300명의 한국인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후 서울대학으로 교명을 바꿨지만 좌우·남북 갈등에서 표류했고, 전쟁기간에 학자들은 거의 사라졌다. 월북하거나 납북되고, 부역 혐의로 처벌받는 학자가 다수였다. 전쟁 이후에도 제대로 살아남은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불행한 역사와 모멸의 시대가 가져온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중도 지식인 김성칠이 북한을 바라본 모습도 눈길을 끈다. 그는 1950년 9월 10일 이런 기록을 남겼다. “인민공화국의 일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한글전용이다. 이상스러운 것은 한글을 전용하면서도 한문에서 나온 문자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도리어 새 문자를 만들어서까지 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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