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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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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22 15:11:40 수정 : 2009-06-22 15: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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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순 동국대 동서사상연구소 연구원
기상청이 1961년부터 매년 5월 하순쯤 장마 시작과 종료 시점을 알리던 장마 예보를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장마와 무관하게 수시로 비가 내리는 통에 예측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엔 농작물의 재배지역이 바뀔 정도로 많은 기후변화가 있었다. 지금 기상이변은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과연 지구에 다가올 운명은 무엇일까.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인류는 성장이라는 이름 하에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해 왔고, 이에 자연은 인간에게 보복을 하기 시작했다. 인류는 뒤늦게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해 기술발달과 자연친화적인 경영전략 등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그리 쉬워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이 구체적인 노력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자연을 보는 시각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인간에게 자연은 정신적 구성의 대상이자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인간은 자신을 감싸 안는 자연의 위대한 숨결, 즉 생명력을 의식하고 거기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기에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모색했다. 이들에게 자연은 자신의 운명까지도 좌우하는 실체로 외경시됐다.

그런데 산업화와 함께 인간의 삶에 공리주의의 수단·목적 범주가 들어오면서 자연에 대한 사고는 바뀌게 됐다. 여기서 모든 것은 상위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됐고, 그 목적은 더 상위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고, 이렇게 수단·목적 관계는 계속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지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고 주장함으로써 이 끝없는 수단·목적 범주의 연쇄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른바 최상위의 목적에 인간을 위치시킴으로써 예전에 신이 가지고 있던 위상을 인간이 차지하면서 인간중심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인간중심적 사고는 자연 고유의 가치와 목적성을 무시하고 자연을 수단시함으로써 자연지배라는 오만한 기획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자연은 인간에 이용과 착취의 대상, 더 나아가 정복의 대상일 뿐이다. 자연지배 기획에 의해 사회 속으로 들어온 자연은 인간과의 공존 관계성을 거부당한 채 인간을 위해 파괴되는 운명에 처했고 그 과정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 지구 파멸을 막으려면 자연을 복원해야 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생태주의는 자연을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 보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런 사고는 사소한 미물의 생명이나 무생물까지도 존중하는 불교사상에도 나타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연은 ‘지구의 구성원’이자 중요한 ‘인간의 조건’이다. 그래서 자연의 죽음은 곧 인간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을 인간의 수단이나 이용물,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에서 벗어나 그 자체 목적과 그 나름의 가치 및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보는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 전환 위에서 자연복원 기획을 시행할 때 그것이 성공할 것이고, 인간과 자연의 진정한 공존과 번영이 가능할 것이다.

김인순 동국대 동서사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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