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우리도 자위용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동북아 연쇄 핵무장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비판과 “고도의 정치외교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핵무기를 갖겠다는 의사를 표현할 때가 왔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이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北 핵포기 않는 한 방어적 핵무기 절실
![]() |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남한의 방어적 핵무장은 불가피하다.
첫째, 남한의 핵보유는 핵 보복이 두려워 감히 핵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북한을 묶어둘 수 있는 전략적 방어무기로서 절실하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이상 한국도 핵보유에 의해 평화를 지키는 길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 둘째,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 하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자체 핵보유가 요구된다. 북한은 소형 핵탄두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게 될 경우 미국의 보복 공격 두려움 없이 남한을 핵공격할 수 있다. 남한은 자체 핵을 보유함으로써 미국의 핵우산이 무력화된다 해도 자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셋째, 남한의 핵 개발은 북한의 핵 폐기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전략적 지렛대이다.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만 북한을 상대로 일대일로 핵군축 협상에 나서자고 맞서 북한을 핵 폐기로 몰아갈 수 있다. 넷째, 남한의 방어적 핵무기 개발만이 느긋한 미국과 중국 등을 자극해 북핵 폐기로 몰고 갈 수 있다. 느긋한 이들에게 북핵 폐기의 절박성을 느끼도록 자극하기 위해선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나서야 한다. 다섯째, 남한의 방어적 핵보유는 적화통일 예방을 위한 장치로서 긴요하다. 북한이 남한에게 연방제 적화통일에 응할 것이냐, 아니면 핵무기 공격을 받을 것이냐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할 때 남한이 핵무기를 보유치 못했을 경우 중대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 능력 고려 생존차원서 필수
![]() |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 해병대전략연구소 연구원 |
이번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과 질서를 더 이상 준수하지 않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북한은 2008년부터 ‘잿더미’란 표현으로 한국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출하고 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왔다. 북한이 핵 공격을 한 이후에 미국의 핵 반격은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미·북 제네바합의, 9·19선언과 2·13합의가 모두 휴지가 됐다. 남북 간에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수백 번의 회담을 가졌으나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이제 해결방법이 모두 소진했다. 미국·구소련·중국의 개발사례로 보면 북한은 2009∼13년에는 수소폭탄도 보유할 수 있다.
아직 교전 상대인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침략당한 한국은 핵무기를 갖지 못한 상황이 조성됐다. 북한 정권은 유엔으로부터 침략자로 규정됐고 테러국가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해 한국을 핵무장한 김정일 정권 앞에 저항불능 상태로 노출시켰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고 대응 핵개발을 할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에 그런 조항이 있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한반도 비핵지대화(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제공 철회)를 강요해 한반도 적화통일까지 하겠다는 속셈이다. 더구나 한반도 전쟁억제력인 한미연합군사령부가 2012년 4월에 해체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고려할 때 국가 생존 차원에서 자체방어용 핵무기는 이제 필수다.
실익없는 무모한 의견… 한미동맹 강화 우선
![]() |
길병옥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 |
한국의 핵무장 논의는 현실성이 없고 실익이 없는 무모한 감정적 의견이라고 판단된다.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에 대한 대비책으로 다음 몇 가지 북한핵 무용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먼저 한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대북 핵억제력을 갖추어야 한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지속적으로 확장억제라는 핵우산의 제공을 확인했지만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다시 고려해볼 필요성도 있다. 또한 한국은 2012년 4월17일로 계획돼 있는 전시작통권 환수 논의를 포함한 한미 공조체제 및 전략대화(SPI) 강화, 대테러국제연대, 이미 정부가 발표한 바 있는 PSI 참여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체제 및 정권변화 시도이다.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안과 급변사태 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점진적인 체제전환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당·정·군부 기득권 세력 간의 새로운 연합정권 등장을 유도해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지속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동북아 공동의 안보위협 요인인 북한핵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핵무기 사용을 배제하는 원칙과 핵 선제공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형성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동북아 지역의 핵문제 협의 및 통제기구로서 동북아핵통제협의체의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제법·헌법상 불법… 즉흥적 발상 불과
![]() |
이대훈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
핵무장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헌법상 불법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핵무장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핵은 어린이, 어른, 민간인, 군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대량살상무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 기준에서 핵무기가 법적·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여지는 없다. 몇몇 강대국가와 불량국가가 억지를 부리며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이런 범죄국가의 경로를 좇을 이유가 없다.
한국의 핵무장 논의는 논의 자체가 위험하다. 남북 군사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일본의 쉽고 빠른 핵무장을 가능케 하면서, 세계 최대의 화약고 동북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과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안보불안을 증가시키고 각국의 예산을 낭비시킬 뿐만 아니라 관련 군수기업, 군국주의 정치세력, 호전적 사회세력, 적대적 사회여론을 고무시키는 연쇄반응을 가져와 동북아 평화를 더욱 멀게 만든다.
북한의 핵무기는 외교상 협박용일 뿐이며 군사적으로 무용지물이다. 핵무기 실전 배치는 상호 전멸의 전면전을 의미하는데 북한은 이를 꿈꿀 수조차 없다. 대미 외교 목적의 북한 핵무장에, 한국의 핵무장은 처음부터 대응수단이 아니다. 문제 해결과 무관한 즉흥적 발상에 불과하다.
핵무장론은 자존심이나 적대감과 같은 감정에 휩쓸려 제기된다. 한국이 갑자기 핵경쟁의 모범을 보이는 역주행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정리=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