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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낀 그림으로 대회 입상에 회지 판매까지?

입력 : 2009-05-28 15:40:52 수정 : 2009-05-28 15: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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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일러스트레이터 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사실은 오랫동안 일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그대로 도용해왔던 사실이 알려져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고발합니다'란 제목의 한 블로그에는 '자기만족을 넘어선 범죄 행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고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블로거 A는 한 아마추어 일러스트레이터 B가 사실은 일본 웹페이지에 공개된 일본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무단 도용하거나 트레이싱(원본을 대고 그림을 베끼는 작업; 투사)해 제작한 그림이 담긴 회지를 판매했다며 그 증거이미지를 공개했다.

  A는 "26일 새벽 지인을 통해 55회 부산 코믹월드에서 우수회지에 뽑힌 일러스트 북이 순수 창작물이 아닌 일본 프로 일러스트분의 그림인 것을 확인했다"며 "B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가보니 예상했던 대로 거의 모든 게시물은 일본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무단 도용하거나 트레이싱해서 올린 그림들이었으며, 본인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은 도용·트레이싱 그림과 전혀 다른 그림체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를 뒷받침해 주는 각종 증거 이미지를 제시하며 B를 강하게 비난했다. A가 공개한 이미지를 보면 B가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후반 쯤에 그렸다는 그림은 일본 일러스트레이터가 2005년 7월 그린 그림과 매우 유사하다. 마치 일본 일러스트레이터가 스케치 작업을 끝내고 채색 작업에 들어가기 전 단계를 촬영한 듯한 이미지, 트레이싱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또한, 토끼를 안고 있는 소녀와 한 여성 사이로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의 스케치는 2004년 공개된 일러스트와 매우 유사하다. 이런 식으로 A가 트레이싱 의혹을 제기한 작품만 무려 7점이다.

  인터넷 그림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존 작품에 색 보정과 리터칭을 한 듯한 '도용' 작품 역시 등장했다. 2009년 1월 초에 올린 짙은 파랑 머리에 오묘한 연두색 장미로 둘러싸여 있는 여성의 모습은 이미 2005년 11월 일본 웹을 통해 공개된 일러스트레이터와 일치한다. A는 도용 의심 작품 총 6점을 공개했다.

  더 큰 문제는 B가 이처럼 도용한 작품을 여러 공모전에 출품, 입상했다는 점이다. B는 고등학생 시절 일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두 작품을 하나로 조합해 완성한 그림을 한 대학 공모전에 출품해 입상했고, 같은 작가가 그린 '겨울'을 주제로 한 대형 일러스트의 일부를 도용해 그린 그림으로 일본 한 단체에서 주최한 '한일 국제교류 우수학생 작품 공모전'에 출품, '게임포스터 부문 고등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국제 대회 입상 작품>

  B는 최근 열린 부산 코믹월드에도 참가해 트레이싱하고 리터칭, 도용한 작품으로 회지를 발매해 '창작' 분야에서 우수회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 회지가 A의 눈에 띄면서 B의 '도용' 사실이 인터넷에 공개되게 됐다.

  A는 "이 시점에서 부산 코믹월드로 직접 찾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 측의 기운이 더 빠질 뿐 더러 구태여 오프라인으로 찾아가지 않더라도 추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신상정보가 나온 상태였다"며 "웹상에서 터트리는 쪽으로 태도를 굳혔다"고 공개 사실을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충격과 분노를 금하지 못했다. 해당 게시물 아래에는 "이 정도면 사기죄" "무슨 배짱으로 이 업계에서 저런 짓을 했는가" "연습선에서 그러면 이해가 가는 데 대회입상이라니 후덜덜하다"며 B를 비난하는 댓글이 넘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동종 업계에서 발을 못 딛게 해야 한다"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파문이 커지자 B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도용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밝힐 용기가 부족했었다"며 "이때까지 속인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 어쩌다 해버린 일이 이렇게 큰일이 될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며 사죄했다.

  이어 자신이 베낀 그림을 원작자인 일본인 일러스트레이터 '나오 츠키지'에게 사과문이 담긴 이메일을 발송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3년 전부터 나오 츠키지의 그림을 도용해 대학 쪽에서 상을 타거나 코믹월드라는 행사에서 우수회지에 선정되거나 했다"며 "이것으로 인해서 국제적인 법적 조치를 받게 된다고 한들 뭐라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와는 별개로 자신에게 항의하는 네티즌들에게 "최초에는 나오 츠키지의 그림을 보고 반해서 따라 그리는 것이 시작이었다"며 "'어떻게 이런 걸 그릴 수 있느냐'라는 반응을 알게 되자 스스로가 뭔가 자랑스러웠는지 보고 그렸다고 말하지 못하고 제가 창작해서 그렸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자신이 그림을 도용하게 된 시작을 설명했다. 이어 "해를 거듭해가면서 나오 츠키지처럼 그리고 싶었던 처음의 마음은 사라지고 그 그림을 그대로 가져와서 자기 그림인 양 자랑해 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경찰서 쪽에도 신고했다"며 "'일본 쪽 저작권자가 그것을 보시고 신고를 했을 때 그게 죄가 된다'라는 말을 들었으며, '피해를 받은 곳에서 신고하면 잡아간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B의 블로그는 문제가 된 그림 모두가 삭제됐으며, B의 사과문과 사건 경과 보고문만이 공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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