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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환 발언' 여진 계속…고위법관들도 '들썩들썩'

입력 : 2009-05-21 09:52:50 수정 : 2009-05-21 09: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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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 대법관 사태' 사법부 혼돈 속으로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법관 워크숍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싸라기눈 같아서 쌓이기는 어렵지만 흩어지기는 쉽다”고 말했다. 사법부가 신영철 대법관 사태로 싸라기눈처럼 흩어진 갈등의 파편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박시환 대법관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싸라기눈’을 흩날려 버린 모양새다. 지금껏 ‘판사는 판결문으로만 말한다’는 신념으로 애써 침묵하던 고위 법관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면서 내분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박시환 대법관 발언에 ‘시끌시끌’=20일 법원 내에서는 “이번 사태는 5차 사법파동”이라며 사실상 소장판사들 손을 들어준 박 대법관 발언이 새로운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는 어느 한쪽 주장에 동조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신 대법관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서버린 상황이다. 2차, 3차, 4차 사법파동에 발을 담근 그의 발언 자체가 상황을 ‘5차 사법파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 대법관과 신 대법관은 1953년생 동갑내기에 서울대 법대 72학번 동기지만 서로 극명하게 갈린 길을 걸어왔다. 박 대법관이 기존 질서와 관행을 깨뜨리는 데 앞장섰다면, 신 대법관은 법원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을 해 왔다. 박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3년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의 대법관 인선에 반기를 들고 사표를 던져 4차 사법파동을 주도했다. 공교롭게 신 대법관은 최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신 대법관을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양측 모두에서 박 대법관 발언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사태는 보·혁갈등도, 세대갈등도 아닌 재판 독립에 관한 문제인데 이념논쟁의 장처럼 비쳐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로 사태가 수렴되는 분위기에서 박 대법관 발언은 의도야 어찌됐든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중견·고위법관 갈등 표면화되나=그동안 의견표명을 꺼리던 지방법원 부장급 법관과 고법 부장급 이상 고위법관도 박 대법관 발언을 계기로 조금씩 말문을 열면서 심상치 않은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소장판사들 위주로 논의되던 이번 사태에 중견·고위 법관이 가세하면서 분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도 “신 대법관이 자리에 있는 동안 짊어질 굴레와 낙인은 생각보다 무겁다. 문제는 그것이 신 대법관만의 짐이 아니라는 데 있다”면서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다른 부장판사들은 각 법원 회의를 통해 사법부가 살아 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소득인 만큼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자제하고 사법부 내부개혁에 충실하자고 당부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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