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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박근혜·힐러리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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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19 20:33:34 수정 : 2009-05-19 20: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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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를 행정부 최고위직에

박근혜·MB가 손 잡는다면…
황정미 국제부장
“나와 힐러리는 정치적 라이벌이었지만, 요즘은 사이가 그렇게 가까울 수 없어요. 힐러리가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나를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멕시코에 직접 가보라는 거예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9일 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묘한’ 관계를 빗대어 던진 농담이다. 오바마가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걸리길 바라는 힐러리의 ‘복심’을 유머로 삼은 것이다. 힐러리가 등장한 또 다른 펀치라인. 최근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탄 앨런 스펙터 전 공화당 상원의원 얘기를 꺼내면서 오바마는 그의 민주당 입당에 크게 기여한 힐러리가 스펙터 의원에게 이런 말을 전했단다. “앨런, 늘 내가 말하듯이 적을 이길 자신이 없으면, 적의 편이 돼야 한다고요.” 경선에서 패한 뒤 국무장관직을 받아 오바마 팀이 된 힐러리의 처지를 꼬집었다. 이런 조크에도 무탈한 두 사람의 관계를 은근히 드러내는 듯하다.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가장 치열했던 경쟁자에서 오바마 행정부 최고위직(헌법상 대통령 승계 4위)에 오른 힐러리에 대한 100일 평가는 나쁘지 않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말 오바마 행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오바마 팀원들을 ‘승리자’ ‘실패자’로 나눴는데 클린턴 장관은 단연 ‘승리자’로 꼽혔다. 워싱턴포스트는 3월 중순 미국인의 71%가 그녀의 직무수행에 긍정 평가했다는 CNN 여론조사를 인용, 클린턴 장관이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에서 외교 분야로 엄청나게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취임 초부터 ‘오바마 vs. 힐러리’ 대결 구도에 바짝 안테나를 세운 미 언론에게는 김 빠지는 장면도 나왔다. 지난달 23일 미 하원외교위원회에서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표적인 반미 지도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악수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자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과거와 다른 접근법을 구사하겠다고 밝혀 왔다”고 두둔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반미 지도자들과 조건없이 만나겠다”는 오바마를 향해 “무책임하고, 순진한 발상”이라고 쏘아붙였던 그 힐러리가 말이다.

요즘 오바마와 힐러리 관계가 국내 정치권에서 화제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화합책을 묻는 질문에 “미국의 오바마와 클린턴 장관이 같이 일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힐러리 모델’과 유사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이명박정부 출범 초 등장한 레퍼토리가 정권 출범 1년을 넘겨 되풀이되는 것뿐이다.

만일 오바마처럼 이 대통령이 취임 초 박 전 대표를 국무총리에 앉혔다면, 두 사람은 한 배를 탄 동지처럼 뜨겁던 촛불 정국과 차가운 경제위기의 파고를 함께 헤쳐 나갔을까. 대통령의 힘이 두드러지는 정권 초기에 2인자는 힐러리처럼 1인자의 코드에 맞춰 ‘로 키’(low key) 행보를 할 가능성이 크니, 이런저런 잡음은 덜 나왔을 수 있겠다. 일단 한 팀이 되면 힐러리든, 박근혜든 본인의 어젠다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어젠다만 부각되니까.

하지만 오바마·힐러리 모델을 부러워하는 이들처럼 지금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권력을 나눈다면 국정이 보다 안정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작다. 집권 1년을 넘기는 동안 두 사람의 어젠다는 한 그릇에 담기엔 아귀가 맞지 않을 정도로 달라 보인다.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를 향한 속도전을 강조하는데, 박 전 대표는 원칙을 따진다. 박 전 대표가 강조하는 정치개혁은 이 대통령에겐 그리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어젠다이다. 더욱이 집권 초반을 넘긴 정권에서 2인자는, ‘미래 권력’을 추구하는 2인자는 자기 목소리와 몸집을 키우려는 법이다. ‘현재 권력’과 차별화하려는 원심력은 더 강해진다.

오바마가 힐러리를 기용한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참모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건 힐러리의 능력, 정치·외교적 경험만큼은 존중했다는 점이다. 퍼스트레이디 출신의 힐러리는 누구보다 백악관 주인의 힘을 잘 아는 사람이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능력을 인정하나? 박 전 대표는 청와대 주인, 이 대통령을 존중하나? 오바마·힐러리 해법이 두 사람 관계에선 적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황정미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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