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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성채와도 같은 쿠마리암만 사원. |
지구가 동그랗다는 사실은 곧 이런 두려움이 수천 년간의 기우였음을 밝혔다. 동요에도 있듯, 자꾸 걸어나가면 결국 다시 오게 되어 있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땅끝에 의미를 둔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사람들은 땅끝에 서서 결의를 다진다. 해남의 땅끝마을에서 실의에 빠진 사람들은 희망을 낚아올린다. 해외여행 초창기. 유럽이 해외의 전부이던 시절에는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로카가 땅끝의 대명사였다. 수완 좋은 시정부는 로카에 다녀온 여행자에게 땅끝마을 방문증을 끊어줬고, 한때 이 ‘쯩’은 부러움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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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곳에서 몰려오는 파도들. |
칸야쿠마리, 아대륙(亞大陸)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반도의 확장판과도 같은 인도의 지형. 끝이 뾰족한 모양새 때문에 인도인에게 이곳은 합수(合水)의 신성함이 더 큰 도시다. 인도인들은 뭐든 합쳐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도 세 가지가 합쳐지면 그야말로 최상급. 인도인들의 성스러운 강 갠지스는 알라하바드라는 도시에서 갠지스와 야무나, 그리고 천상의 강 스라스와티가 하나로 만난다. 이 만남의 장소를 상감(Sangam)이라고 하는데, 12년마다 인류 최대의 종교축제 쿰부멜라가 펼쳐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칸야쿠마리에서도 3개의 바다가 함수한다. 동쪽의 벵골만과 서쪽의 아라비아해, 그리고 남부의 인도양이 그것이다. 파도는 각자의 방향에서 육지로 밀려오다 땅끝의 해안에서 만나 작은 물보라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바로 바다의 상감이다. 3은 각각 창조의 신 브라마와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를 상징한다. 더 나아갈 수 없는 대지의 끝자락에 인간들은 힌두교의 모든 신들을 모아놓은 만신전(萬神殿)을 만들어 놓았다. 끝은 결국 영원으로 향하는 입구라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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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비베카난다 바위섬. |
네모 반듯한 요새를 연상시키는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 남자는 반드시 웃통을 벗어야 한다. 인도인들은 웃통을 벗은 채, 어깨로부터 이어지는 긴 성사를 메고 사원을 돈다. 묘하게 끌리는 전설 탓에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사원의 음침함과 인도인들의 뜨거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웃통을 벗어젖힌.
칸야쿠마리를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스와미 비베카난다(Swamy Vivekananda)다. 앞서 다뤘던 콜카타의 성자, 라마크리슈나의 수제자인 그는, 칸야쿠마리 바다 건너편의 바위섬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시카고에 열리는 세계종교회의에 힌두교 대표로 참석해야 했는데, 이 대회는 힌두교를 세계에 알리게 되는 첫 번째 계기이기도 했다. 식민지 조국의 종교인으로 태어나, 기독교문명의 수많은 침탈 속에서, 그는 어쩔 수 없는 골수 힌두교도로, 민족주의자로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바위섬에서 얻은 깨달음에 자신감을 얻고 시카고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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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미 비베카난다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바위섬에 힌두 사원이 우뚝 솟아있다. |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각자의 방향에서 흘러온 바다의 물결은 결국 소용돌이치며 하나가 된다. 그의 스승인 라마크리슈나가 말했던 것처럼 어차피 흐름이 다를 뿐, 본질 자체는 그저 ‘물’일 뿐이다. 그러기에 그는 그 모든 것이 하나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던 것이다.
대중화된 모든 종교가 그렇듯, 일반 신자들에게 그런 가르침은 늘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순례객들은 그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바다를 평생 처음 보는 인도인들은 오르내리는 파도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그러는 사이 벵골만에서 떴던 해는 인도양을 비추고 아라비아해로 떨어지고 있었다. 칸야쿠마리에서 태양은 바닷길을 따라 뜨고 지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저 멀리 하늘의 끝자락에서….
여행작가
>> 여행정보
칸야쿠마리와 연결되는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은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트리반드룸 국제공항이다. 한국에서는 싱가포르항공 만이 인천과 트리반드룸을 연결한다. 첸나이 국제공항도 칸야쿠마리를 방문하기 위해 애용하는 곳 중 하나다. 에어 인디아를 비롯해 타이항공, 캐세이퍼시픽 등 이용 항공편의 수가 한결 다양하다. 트리반드룸이나 첸나이나 국내에서 직항편은 운항하지 않으니, 시간을 좀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첸나이∼칸야쿠마리는 버스로 10∼12시간이 소요된다.
외국인보다는 인도인들의 성지로 발달한 탓에 편의시설은 태부족이다. 식단 또한 채식 위주라 육식 위주의 식성이라면 약간 괴로울 수도 있다. 식당에 물고기 그림을 걸어놓은 집은 튀긴 생선 등 아주 기본적인 생선요리를 취급한다. 칸야쿠마리와 인도의 지상낙원으로 유명한 케랄라지역은 버스로 2∼3시간이면 연결이 가능하다. 가급적 연계시키는 일정을 짜도록 하자.
칸야쿠마리와 연결되는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은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트리반드룸 국제공항이다. 한국에서는 싱가포르항공 만이 인천과 트리반드룸을 연결한다. 첸나이 국제공항도 칸야쿠마리를 방문하기 위해 애용하는 곳 중 하나다. 에어 인디아를 비롯해 타이항공, 캐세이퍼시픽 등 이용 항공편의 수가 한결 다양하다. 트리반드룸이나 첸나이나 국내에서 직항편은 운항하지 않으니, 시간을 좀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첸나이∼칸야쿠마리는 버스로 10∼12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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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이 묻어나는 간판. 생선요리 팔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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