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관광에는 ‘3전4기’라는 말이 통한다. 독도는 쉽게 입도를 허락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울릉도에서 배로 2시간 남짓 거리에 있지만 배 안에서 발만 구르다가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 날씨와 승객 수를 고려해 운항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독도에 발을 내딛는 것은 평생 한번 경험하는 값진 일이다. 성지순례가 이만큼 의미를 지닐까 싶다. ‘한국인’이라는 의식이 강한 이라면 의미는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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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는 독도해운 삼봉호 갑판 위에서 바라본 독도 서도. |
송경찬(55) 선장은 민간인의 독도 입항이 허용된 2005년 이후 4년째 키를 잡고 있다. 210명 정원인 삼봉호의 선장이지만 7000만 겨레의 ‘등불잡이’라는 심정으로 키를 잡는다.
독도에 접안한다고 해도 독도를 온전히 느낄 수는 없다. 배가 동도에 접안하는 것도 수월치 않지만, 관광객은 접안지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배가 접안지에 머무는 시간도 20분 안팎이다. 평생 간직할 ‘독도 사랑’의 느낌을 짧은 순간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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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찬 독도해운 삼봉호 선장은 한 세대 가까이 바다를 지켜왔다. 그에게 울릉도와 독도를 지나는 바닷길은 생명의 길이자 애국의 항로이다. |
“승객 여러분, 저는 독도의 동도에 있는 ‘한반도 지도 모양 절벽 바위’를 지날 때마다 감동을 느낍니다. 사람이 뿌리지도 않았는데, 잔디와 잡초들이 절벽 바위에 한반도 모양을 만들어놓았어요. 한반도의 모습과 똑같지 않습니까.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절규하는 것 같아요.”
이 지점에서 삼봉호는 엔진을 끄고 잠시 바다 위에 머문다. 승객들이 사진 찍을 틈에, 송 선장은 독도 이야기를 풀어간다. 수백 번 독도에 접안하고 있지만, 매번 느낌이 강렬하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관광객도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독도방문의 느낌을 드러낸다고 전한다.

그는 1982년 외항선을 타면서부터 바다와 인연을 맺었다. 육지보다는 바다가 더 친밀할 법하다. 독도를 방문하는 사람은 대개 ‘애국의 마음’으로 바다를 건너온다. 그가 제안하는 애국의 방식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주 올 수는 없겠지요. 독도가 쉽게 입도를 허락하지도 않고요. 그래서인데, 좀 많이 공부하고 와야 해요. 사진 찍는 것 말고, 공부해서 와서 머리에 담아가야 해요.”
접안을 못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삼봉호는 거의 매일 울릉도와 독도를 왕복 운항한다. 운항을 못 하는 날은 날씨가 안 좋거나 손님이 너무 적은 날이다. 삼봉호는 겨울철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손님을 기다린다. 배가 출항하지 못하는 날이 그가 쉬는 날이다. 겨울철은 고향인 부산에서 보내는데, 이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며 지친 몸을 푼다.
“울릉도 도서관에서 3권씩 책을 빌리는데, 운항이 안 되는 날 책을 읽는 재미는 꿀맛이지요. 이때 얻은 지식을 간혹 승객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입니다.”
독도=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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