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비·바람·파도가 절묘하게 빚어낸 섬 '울릉도, 독도'

입력 : 2009-04-16 23:12:34 수정 : 2009-04-16 23:12:34

인쇄 메일 url 공유 - +

가파른 절벽에도 푸릇푸릇 ‘봄의 전령’
◇울릉도에 있는 ‘독도전망대’에서 바라본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이 맑고 푸르다. 도동항에 입항한 선박들은 동해와 포항을 드나들며, 최동단 독도와 연결한다. 항구를 벗어나서 망향봉과 도동등대 사이의 좁은 골짜기를 올라가면 울릉군청이 자리하고 있다.
독도와 울릉도는 ‘국토의 키 작은 형들’이다. 독도를 막내라고도 하지만, 형제는 체격이 아닌 나이로 구별하는 법이다. 독도는 460만년, 울릉도는 250만년 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반도의 제일 큰 섬인 제주도는 120만년 됐다.

그러니 제주도에 비해 울릉도와 독도는 형도 한참 형이다. 그 ‘형들’이 오랫동안 외로워 했다. 그간 별 관심을 받지 못했고, 사람이 살지 않아서다. 주인 아닌 사람이 ‘장형’인 독도의 주인 행세까지 하니, 그 억울함은 더하다.

울릉도에 이주민이 본격 정착한 것은 1880년대부터다. 1882년 고종이 울릉도 개척령을 발표한 이듬해 육지에서 54명이 입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울릉도 주민은 지난해 1만명을 돌파했다.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27만2000명이 울릉도를 찾았다. 하루 입도객이 크게 제한됐던 독도에는 일반인의 여행이 가능한 2005년 4월 이후 35만명이 다녀갔다.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하기 전인 4월 중순 울릉도와 독도는 여유로웠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지대인 나리분지도 두꺼운 눈이불을 산허리 위로 올려보내고, 봄햇살을 맞이하고 있었다. 남녘 제주에서 시작된 봄 소식이 동쪽 섬 울릉도의 가파른 절벽에도 전해지고 있었다. 마침 나리분지에서는 16일부터 사흘간 ‘울릉도 산나물 축제’가 열리고 있다.

# 태고의 절정 담은 자연의 섬, 울릉도

울릉도 여행은 경북 포항이나 강원 동해에서 시작된다. 겨울철에는 포항에서만 울릉도행 배가 뜬다. 동해에서 울릉도행 기적은 해마다 3월부터 울린다. 동해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는 뱃길로 3시간가량 걸린다. 4월이면 잔잔한 너울의 동해 물결이 속이불처럼 따뜻해 보이기도 한다.

배가 울릉도 도동항에 접안하자, 육지의 항구와는 다른 분위기가 짙게 묻어난다. 이곳 최대 항구인 도동항에 정박할 수 있는 여객선은 모두 2척. 설사 속도를 높여 도동항에 빨리 도착하더라도 좁은 항만 때문에 포구 주변을 배회해야 한다. 도동항에서 5분쯤 걸어가면 울릉군 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울릉도 별미인 명이나물과 홍합밥, 호박엿이 군침을 흘리게 한다.

좁고 가파른 곳은 바닷길만이 아니다. 울릉군청. 육지의 어느 군청의 정문이 이리 좁을까. 울릉도는 경북 관할이지만 실은 강원의 산세와 제주의 바람을 닮았다. 산세가 가팔라 항구 인근에서나 집을 짓는데, 도로를 무작정 넓힐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형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좁을 길. 가파른 곳을 오르내리는 차들은 양보를 미덕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런 곳에서 자유롭게 운전하는 이들이야말로 실생활의 운전 달인일 것이다.

자동차는 3000대가량이 등록돼 있다. 영업용 택시는 모두 51대. 회사 택시 19대를 포함한 것이다. 도로가 거칠고 경사가 심해 자동차의 수명은 길지 않다. 이곳 주민들은 5000원만 내면 육지를 오가는 배를 탈 수 있다. 나머지 비용은 정부가 보조해 준다.

울릉도에서는 어디를 가도 ‘삼무오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없다고 자랑하는 도둑과 공해와 뱀을 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과 돌, 바람, 향나무, 미인은 지천으로 깔린 듯하다. 이런 환경 덕택에 울릉도 사람들이 새로 이주해 온 외지인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어느 곳이건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울릉도는 계획을 세워 둘러보는 게 좋다. 동행자가 많다면 대형택시와 기사를 하루 전세 내도 좋다. 비수기에는 10만원대이니, 관광객이 5명이라면 작은 부담으로 섬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다.

울릉도의 또 다른 섬은 ‘죽도’다. 수직과 수평이 조화를 이룬 섬에는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가 관광객을 반긴다. 이곳의 365개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과정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비와 바람, 파도가 만들어낸 섬의 내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 절경에 감탄사를 뱉어낸다. 복잡다기한 인생의 항로와 내면도 저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곡선을 닮았으리라.

다음은 행남해안 산책로다. 삶도 길게 참고 보면 늘 아름답다는 믿음을 곱씹어 본다. 본격 출항에 앞서 섬 곳곳의 항구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섬 사람의 여유를 한껏 느껴본다. 하늘과 바다의 맑은 빛이 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해주는 모습이 고맙기까지 하다. 울릉도에서는 뭍에 비해 숙박 선택의 폭이 작지만, 대아리조트나 마리아나관광호텔에서 하루 이상을 머물고 독도 관광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고기잡이를 잠시 멈춘 배들이 울릉도 저동항에 정박해 있다. 파란 하늘을 벗 삼은 맑은 바닷물이 원색의 고깃배를 담아내고 있다.
# 애처롭고 자랑스러운 섬, 독도

울릉도와 독도의 거리는 87.4㎞. 일본과 독도의 거리인 157.2㎞보다 훨씬 짧다. 수시로 격랑에 휩싸이는 섬이지만 독도를 찾아 애정을 드러내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동해에서 500만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온 독도는 우리의 자랑이다. 동도와 서도를 포함해 크고 작은 암봉은 기암절벽으로 이 땅의 기개만큼이나 높다. 쪽빛 하늘과 바다를 수놓는 괭이갈매기와 자리돔 등은 독도 주변을 배회하고 유영한다. 면적은 작지만 넓은 마음을 품은 독도의 매력을 드러낸다. 독도를 향하는 배를 따라 저공비행하는 갈매기들도 관광객만큼 독도를 사랑하겠지.

이즈음엔 독도에 상서로운 기운이 전해진다. 1950년대 말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강치(물개의 일종)가 지난 3월 21일부터 모습을 드러내서다. 독도는 강치의 옛 이름인 가제를 따 가제도로 불릴 정도로 강치가 많았던 섬이다.

강치가 사라진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 어선들이 출몰해 남획하면서부터다. 강치가 사라진 지난 수십년 동안 독도는 주인 아닌 이들이 주인이라고 우기는 섬이 됐다. 사라졌던 강치가 다시 돌아 왔으니 감회가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일본의 황당한 주장은 사그라졌으면 싶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기도 할 터이니.

울릉도·독도=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