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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홀로서기' 실태 점검] 여성 장애인들 일자리 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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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4-13 22:39:05 수정 : 2009-04-13 22: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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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 이중차별… 노동시장서 소외
실업률 28%… 남성 장애인보다 7%P 높아
#1. 임신 중이던 지체장애 2급 박모(34)씨는 4년을 다녔던 컴퓨터 부품 조립 업체에서 최근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한 이유라면 다른 직원도 함께 해고돼야 했지만 회사에선 박씨를 포함해 2명만 그만두도록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퇴직 후 친한 동료에게서 “회사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장애인으로 임신 중인 당신을 우선 해고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지금도 자신이 여성 장애인으로서 차별을 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2. 뇌성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3급 고모(36?여)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용사가 되기 위해 2년간 학원에서 기술을 익혔다. 하지만 미용실 면접을 볼 때마다 사업주들은 어김없이 “다리가 불편한데 바닥 쓸기 등 청소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고씨는 청소뿐 아니라 심부름도 할 수 있다며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한 번도 미용실에 취직할 수 없었다. 그는 몇 번의 도전 끝에 결국 미용실 취업을 포기하고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사무용품 조립 공장에 취직했다. 고씨는 아직도 미용사의 꿈을 버리지 않고 매일 밤 미용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여성 장애인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장애인 중에서도 특히 여성 장애인의 경제활동 환경은 매우 취약하다. 여성 장애인은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적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도 여성 장애인보다 비교적 제약이 덜한 남성 장애인을 선호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취업한 장애인 중 남성은 67.23%(3246명), 여성은 32.77%(1582명)로 남성이 35%포인트 정도 많았다. 전분기 대비에서도 남성은 8.14%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성은 11.54%포인트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장애인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당하는 현상은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높은 실업률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05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 55.2%보다 훨씬 낮은 28.4%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50.1%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여성 장애인 실업률도 28.8%로, 남성 장애인 실업률 21.1%보다 약 7.7%포인트 높으며 전체 여성 실업률인 3.4%보다 약 8배 높았다.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있다지만 여성 장애인의 취업은 남성보다 훨씬 어려운 실정이다.

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서의 2007년 여성 장애인 근로자 수는 8887명(12.6%)으로, 남성 6만1867명(87.4%)의 7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등록 장애인 중 남성이 61%, 여성이 39%인 것에 비하면 여성 장애인의 취업이 매우 열악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관계자는 “여성 장애인 취업은 임신?출산?육아 등 여성 고유영역에서의 차별과 장애인으로서의 차별 등 남성 장애인에 비해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며 “지금까지 장애인 정책의 일부로 다뤄진 여성 장애인의 문제를 여성 정책의 일부분으로 흡수해 더 이상 이중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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