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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중앙대 겸임 교수 |
진 교수는 31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386 친구들’이란 글에서 “어제 전북대에서 강연을 했는데 뉴라이트 측에서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갔지만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없었다”며 “뉴라이트란 단체는 과거 북한에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던, 소위 ‘주사파 대부’ 김영환씨의 근거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진 교수는 “김씨가 데리고 있던 이들 수천명과 함께 집단 전향을 해서 만든 단체가 뉴라이트”라며 “이런 걸 보면 참 재밌다, 그토록 운동권을 욕하는 이들도 알고 보면 다 386 운동권 출신”이라고 했다.
즉 한나라당에서 MB계 좌장으로서 권력 실세로 불리는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해,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있으면서 대권의 꿈을 펼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한나라당에서 저격수로 활동하는 신지호 의원, 한라당 내 소장파 대표로 있으면서 대선 후보로도 출마했던 원희룡 의원 등이 모두 386 운동권 출신이라는 것.
진 교수는 “대개 변절한 친구들을 보면 과거에 굉장히 과격했던 녀석들”이라며 “좌든 우든 다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과격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친구들은 자신의 과격성을 반성하는 게 아니라 방향을 반성한다”며 “그러고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여전히 과격한 행동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어 “이게 ‘전향자의 심리’라는 것인데 어쨌든 전향을 한 자들은 그 동네에서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우익질’을 하게 되는 모양”이라며 “히틀러도, 무솔리니도 젊은 시절에는 좌익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반면 같은 대학 동아리에서 몸담았다는 김형탁 한신대 교수를 예로 들며 “대학교 때 함께 공유했던 신념, 그것을 아직도 잃지 않고 자기가 처한 곳에서 열심히 투쟁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아, 세상은 아직도 살만 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랑한다, 애들아”라고 끝을 맺었다.
한편 진 교수는 전날인 30일 전북대학교 인문대 시청각실에서 강연회를 열고 현재의 경제 상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경제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수단이기 이전에 국가의 목표가 되는 것”이라며 “대기업의 고용효과도 감소되고 있는 현재 소비와 내수도 없고 수출마저 안 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려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촛불집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촛불집회는 지도층이나 주도자 없이 평등한 입장의 시민들이 한데 어울린 시위였다, 이는 이전의 조직으로 나뉘어져 있던 한국 사회에 생긴 큰 변화다”며 “이때 집회의 모든 참여자들은 헌신적으로 참여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진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지지층 하락 현상과 관련, “젊은 세대의 정치의식은 예전과 비교해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정치라고 하면 막연하게만 느끼지 정치 찬반으로 나눠지는 경향이 부족하다”며 “권위주의적인 지도자가 카리스마를 내세우고 나타나면 ‘기분 나쁘다’ 식의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그러면서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그들 자신의 노력이나 실력 문제 등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가 함께 싸워 이겨야 할 사안”이라며 “올바른 정치의식을 가진다면 우리 시대는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구 기자 julye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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