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지난 가을 186cm의 훤칠한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균형잡힌 몸매의 한 신인 발라드 가수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특히 'This Fire'에서 유례한 '이불'이라는 예명은 더욱 그를 독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예전 아이돌 그룹 OPPA의 멤버였다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가수 활동을 접었던 멤버임이 알려지면서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온 가수가 아닌, 오랜 시간 숙성된 '신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이불이 이번에는 자신의 본 영역인 댄스로 다시 팬들과 만난다. '사고치고 싶어'라는 제목의 이 곡은 최근 가요계에서 눈길을 끄는 도발적인 제목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좀처럼 피처링에 참여하지 않는 DJ DOC의 이하늘과 '섹시퀸' 손담비가 참여한다고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실 저는 제목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친구들끼리 만나서 하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곡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들잖아요. 주변 사람들은 조금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보는 것 같아요. 사고는 많이 쳤죠. (웃음) 무대에서도 잔잔한 사고들이 하나하나씩 나오니까요. 아무래도 상황이 제목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노래 '사고치고 싶어'는 MBC에서 제목 등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가사에서 '사고치고 싶어'와 '입술을 훔치고 싶어'를 '사랑하고 싶어'와 '입술을 가지고 싶어'로 수정해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제목은 그대로 '사고치고 싶어'로 유지했다)
댄스 가수에서 발라드로, 그리고 다시 댄스 가수로.
이불 팬들의 입장에서는 다시 댄스 가수로 돌아와 기쁘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사실 의외인 면이 강하다. 발라드 가수를 선언한지 몇 개월 안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댄스 가수를 접은 이유가 2000년경 무대 위에서 떨어져 복숭아뼈가 으스러지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세 번의 수술을 거쳐 다시 걷게되었고, 이 때문에 컴백 장르 역시 발라드였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죠. 다친 지가 8~9년이 되었으니까요. 뼈는 많이 바뀌었는데, 적응을 잘 하고 있는 셈이죠. 춤출 때도 아픈 부분 전까지는 움직여요. 병원에서도 춤을 추지 말라고 하지는 않지만 재활의 문제가 있죠. 좀 무리를 하면 하루이틀은 힘든데 지금은 괜찮아요. 그리고 발라드에서 댄스 가수로 다시 나온 것은 이불이라는 가수는 원래 댄스도 하고 발라드도 하는 형태였어요. 그 다음에는 어떤 음악을 할지 모르죠"
그러나 의욕을 가지고 올라간 첫 무대에서는 고생이 심했다. 위염이 심해서 카메라 리허설을 마치고 링겔을 맞고 올 정도였다. 무대에서 춤을 춰야 하는 입장에서 죽만 먹고 다른 음식은 입에도 못 댔으니 답답했다. 결국 본인은 웃으면서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고 생각했는데, 모니터를 해보니 인상을 쓰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잘했다고 하지만, 본인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친 후 일상으로 갔다와보니 달라졌다"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OPPA때부터 따지면 꽤 오래된 가수다. 대중들에게도 그렇지만, 현재 같이 무대에 오르는 동료 가수들 사이에서도 이불의 위치는 애매하다. 연차로만 따지만 선배이기는 하지만, 냉정한 가요계가 단순히 기간으로만 따져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부분 모르는 분들이라 그런 것은 신경을 안 썼어요. 제가 OPPA는 물론 싱글로 다시 무대에 섰을 때도 다른 가수들과 교류를 잘 못했거든요. 곡 쓰냐고 작업만 신경 쓰고 그랬기 때문에 오랜만에 선 무대는 신인 같았어요.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중년 가수'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죠. (웃음) 제가 고등학교 3학년때 첫 방송을 했는데 어릴 때 남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그런 자리에 있다가 다리를 다치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남들이 바라보는 자리에 오니까 사람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신화 동완이형은 제가 너무 부럽대요. 일상의 모습으로 갔다온 것이 말이죠.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사실 '이불'이라는 예명은 그 뜻과는 달리,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때문에 가수 검색 순위도 떨어지고 대중적인 인지도도 다소 낮아질 수 있다. 어찌보면 본명 그대로로 활동해도 무난할 듯 싶었지만 이불은 이름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 아니 점점 생기고 있었다.
"사실 그것때문에 검색 순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죠. 사부님 (작곡가 윤명선)이 지어주신 건데, 처음에는 칼이 어떠냐고 해서 제가 검은 어떨까요라고 말할 정도 고민을 많이 했죠. (웃음) 그러던 어느 날 '이불'이 어떠냐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비웃겠지만, 뜻이 좋잖아요. 뭐 저도 처음에는 못 받아들였어요. 과거 OPPA 멤버들에게 전화가 왔는데, 예명을 어떻게 바꾼다고 물었을 때 전 대답을 못했거든요. 그랬더니 멤버들이 '네 이름에 네가 당당해져야지, 그러지 않으면 대중들이 못 받아들인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길거리 돌아다닐 때 '이블 폐기 처리' 등의 문구를 보면 떨떠름해요" (웃음)

이불은 외모와 달리 숫기도 없고 술도 잘 마시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 놀러다닐 때 이불은 교회와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다. 스스로 어색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클럽이나 나이트 클럽보다는 포장마차를 좋아한다. 외모만 보고 사람들은 마치 클럽 한 구석을 장악할 것 같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저는 그런 문화에는 잘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댄스 가수로는 의외인 면이다. 자신이 가야할 길이 많다며 아직 여자친구도 없다. 이불은 '다른 가수들과 다르다'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계속 변화되어야 된다고 말한다.
"우선 다른 사람들로부터 '와 다르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사실 가수들은 변신을 잘 못하잖아요. 어떤 가수는 댄스 가수로만 인식이 되고, 어떤 가수는 발라드로만 인식이 되잖아요. 저는 어떤 것을 하든 어색하지 않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지금은 라이브에 신경 쓰냐고 춤을 제대로 못 보여드리는데, 사실 지금의 3배 정도는 강하게 보여줄 수 있거든요. 저 원래 춤에 강해요. (웃음)"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박효상 기자 photo_p@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