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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한 달… 故 김수환 추기경 묘역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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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16 09:48:04 수정 : 2009-03-16 09: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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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추모객들에 따뜻한 미소가…
평일 400여명·주말엔 1000명 발길 줄이어
남기신 가장 큰 선물 ‘사랑의 메시지’ 실천 다짐
◇김수환 추기경 선종 한 달을 앞두고 14일 경기 용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직자묘역을 찾은 추모객들이 길게 줄지어 김 추기경 묘지에 국화꽃을 바치고 있다.               용인=이제원 기자
온누리에 감사와 사랑의 참뜻을 일깨우고 지난달 16일 선종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추모객들은 “사랑의 메시지는 추기경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선물”이라며 사랑 실천을 다짐했다.

선종 한 달째를 맞은 15일에도 경기 용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직자묘역에는 오전부터 추모객 방문이 이어졌다. 평일 400여명, 주말 1000여명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묘역관리소 측이 전했다.

화창한 날씨 속에 제법 세찬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떨어졌지만 추모 열기는 꺾지 못했다.

자녀 부축을 받아 힘겹게 걸어온 90대 할머니, 갓난아이를 안은 20대 부부, 말끔히 다린 휴가복을 입고 온 군인 등 세대를 뛰어넘은 발걸음이 그치질 않았다.

방문객들은 손에 손에 조화를 들고 김 추기경 묘지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누가 나서지도 않고 사제도 없었으나 즉석에서 작은 미사가 열렸다. 추모객 20여명이 묘지 앞에 서거나 돗자리에 앉아 묵상하고 예배를 드렸다. 몇몇은 준비한 소주를 묘소에 뿌리고 음복했다.

일단의 추도객이 예를 마치면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서로 주고받는 미소는 추기경의 따스한 웃음 그대로였다. 그렇게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서 온 이영수(45)씨는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다른 종교의 국민에게까지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를 남긴 분이 또 있을까요”라면서 “우리는 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남을 비난하는 데 익숙했는데, 이젠 추기경 말씀처럼 화합하고 감싸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김 추기경의 가르침을 영원히 잊지 않으려는 듯 묘지 전경을 카메라에 담는 추모객도 눈에 띄었다.

또 일부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300억원 규모의 기념공원 같은 것보다 추기경 묘역을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자녀와 손자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고 있던 김모(62·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반듯한 기념관보다 이곳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묘역 중앙 플래카드 속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왕래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지켜보고 있었다.

용인=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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