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사람들'도 격무로 건강 적신호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된 불황의 깊은 골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들이 신음하면서 직장인들은 구조조정과 감원·감봉 등 고용 불안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살아 남은 직장인’들도 과중한 업무와 극심한 직무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고 쓰러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4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08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뇌혈관 및 심장, 정신질환으로 각각 998명, 209명, 24명이 산재 판정을 받았다. 세 질환은 직무 스트레스가 발병 및 증세 악화의 요인으로 인정된다. 해당 질환으로 직장인이 사망한 사례도 각각 316명, 166명, 5명 등 모두 487명에 이른다.
직무 스트레스란 직무의 요구가 근로자의 능력과 자원을 넘어 과도할 때 일어나는 신체·감정적 반응을 말한다.
반월시화지역 산업보건센터의 김대성 소장은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심화되는 직무 스트레스는 기초 질환의 악화는 물론 돌연사를 초래할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 악화로 실적이 안 좋은 회사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실직한 직장인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1월에만 262개 업체가 부도가 났다.
실제로 지난 6일 광주 북구의 모 아파트에서 C모(28)씨가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C씨가 다니던 조선회사는 경영 악화로 5일 폐업했다. 이날 오후 그는 친형을 만나 “신혼인데 실직을 당해 너무 막막하다. 내일쯤 실업급여를 신청해야겠다”며 진로를 상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불황기 직장인들의 직무 스트레스 변화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이 시급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조정진 학회장(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일본의 경우 불황이 정점에 달했던 1998년부터 자살자가 5년 연속 3만명을 넘어 사회문제가 됐다”며 “국내도 실태조사가 시급하지만 관심 부족 등으로 연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이광제 교수는 “미국에서는 상장사 절반가량이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을 전문 상담사와 연결해 치료까지 지원하는 멘탈 피트니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사업주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나 피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질병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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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위축된 직원 氣살리기 나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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