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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한국관, '스타급 유물'이 없다

입력 : 2009-02-27 14:21:14 수정 : 2009-02-27 14: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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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박물관 한나절 투어 ②] The British Museum '67번 전시관'

'세계 보물 창고' 대영박물관에는 이미 많이 알려진대로 한국관이 있습니다.

실제 가 보면 위치는 조금 애매합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반대편 끝까지 직진해서 다른 전시관들을 통과해 계단을 타고 두어층 올라가야 구석진 곳에 '67번' 전시관이 나옵니다. 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항상 외국인들이 북적거리는 그런 곳은 아니지만 꽤 여러 사람들이 이 곳을 찬찬히 둘러보고 갑니다. 한국인들도 호기심에 당연히 많이들 오시지요. '○○투어' 깃발 든 가이드들이 "영국까지 와서 우리나라 유물 보려니 좀 이상하시죠?"라며 패키지 관광객들을 인솔하고 들어오는 풍경 재밌습니다.


이 가이드의 말처럼, 사실 전시물만 놓고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 익숙해서 별 감흥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비교적 작은 공간 안에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 등 우리역사 전체를 두루 아우를 뿐 아니라, 고 백남준의 예술 세계까지 정성들여 소개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옥 내부를 재현한 인테리어도 깔끔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장기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안 보인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이나 파라오처럼 '스타급 유물'로 클 만한 화려한 작품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소박하고 단정한 맛은 있습니다만, 깨끗하고 빳빳하게 잘 다려진 하얀 한복을 잠깐 한번 입어보고 나온 듯한 기분 쯤에 비유하면 될지. 그 2% 부족함때문에 한국관이 '초라하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지요.

다만 아시아 국가 중 독립된 전시관을 차지한 나라가 우리나라 외에 인도, 중국 정도밖에 없다는 점이 위안이랄까요. 한국관을 열기 위해 땀 흘렸던 분들의 열정에는 감사를 표합니다. 더 좋은 자리로 옮기고 컨텐츠를 보강하는 일은 다음 사람들이 치열하게 연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90곳 남짓 되는 전시관 중 당당히 하나를 꿰찬 한국관의 위상은 '대한민국'의 실제 인지도에 비하면 오히려 후하게 평가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국에서 'Korean'은 아직까지 큰 존재감이 없는 국적이니까요. 김정일은 다 알지만 이명박은 아무도 모릅니다. 외모만 보고 "중국인이니, 일본인이니?(Chinese or Japanese?)" 양자택일하라는 질문 받아서 기분이 상했던 경험 누구나 있으시죠.

불편하지만 진실 아니겠습니까. 달라져야겠지요.

[찾아가는 길] ▶ 지하철 Central Line, Northern Line이 만나는 Tottenham Court Road 역에서 내린다. Goodge Street 방향으로 한 블럭 걷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5분 정도 걷는다. 대로변에 있지는 않지만, 런던의 대표 관광지인데다 표지판도 있어서 찾기 어렵지는 않다.

[요금]  ▶ 한국관은 상설 전시관이라서 무료. 규모가 작아 아무리 꼼꼼히 봐도 1시간이면 된다.



임현우 whatisthis@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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