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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춤…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입력 : 2009-02-14 01:15:16 수정 : 2009-02-14 0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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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따라 읽기만해도 온 몸이 '덩실덩실'

책 속 말투·표현 춤사위처럼 흥겨워
한국춤에 빠지다 - 우리춤으로의 여행/김지원 지음/동아일보사/1만5000원


김지원 지음/동아일보사/1만5000원
무턱대고 재미있었다. 신이 났다. 책을 읽으면서 그것도 이런저런 이론이 담긴 책을 읽으면서 그런 흥겨움에 젖다니! 김지원님은 “한국 춤에 빠졌다”고 했지만, 나는 ‘한국춤에 빠지다’ 그 한 권에 빠져들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어깨가 꼼지락대고 있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읽어 가는 동안, 어느샌가 어깨가 들썩댔지만 그보다 먼저 눈이 우쭐댔다. 머릿속도 가슴속도 덩실댔다. 책이 갈피마다, 줄마다, 구절마다 춤추고 있었다. 책의 문체며 양식이 바로 춤사위였다. 책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멋진 안무가 이룩되어 가는 듯했다. 이 책은 그렇게 재미있었다. 흥겨웠다. 춤꾼 김지원님은 글꾼이기도 한 것이다.

춤사위가 글사위가 되고 글의 말투며 표현이 춤사위가 되어 있었다. 언젠가 어디서 감상한 김지원님의 살풀이춤이 책장을 무대 삼아서 추어지는 것 같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필자가 스스로도 모르게 내쏟은 말!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그렇게 장단 맞추고 가락 갖추어서 나의 눈은 글줄을 따라갔다.

다들 우리춤을 소홀히 하기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저자는 안타까운 실토를 하고 있다. 서구의 것에는 넋을 팔면서도 ‘우리 것에 대한 상식 없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그 후한무치를 다스리자고 이 책을 썼다고도 했다.

‘대중에서 멀어진 우리춤’에 대해 한탄을 토하기도 한다. 오늘이 바로 대중의 시대인데도 그 문화와 예술의 주역들에게서 한국춤이 멀어져 있는 것을 저자는 마음 아파한다.

그래서는 ‘문화 주역인 대중’으로 하여금 ‘문화정체성’을 추구하게 하기 위해서, 다급한 마음으로 ‘한국춤에 빠졌다’를 쓴 것이란다. 독자와 함께 한국춤에 빠짐으로써 한국문화의 정체성에 빠져들고자 하는 것이 춤꾼, 김지원님이 ‘한국춤에 빠지다’를 쓴 가장 다급한 동기다.

‘한국인이여 한국춤으로 돌아가자! 그리하여 한국으로 돌아가자!’

김지원님은 이렇게 소리치는 셈이다. 다 함께 한국춤에 빠져서는 한국의 멋, 한국의 아름다움에 빠지자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국적을 되찾고 그리고 본적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그러자니 이 책은 당연히 계몽적이고 계도적인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타이르고 가르치고 하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한 것이다.

하자니, 자연스레 얼마큼은 학술적이 되고 그래서는 이론에 치우치고 했을 법한데도 ‘한국춤에 빠지다’는 전혀 그런 따분한 기색이 없다. 책 쓰노라고 어깨에 힘주고 있는 눈치는 추호도 없다. 오히려 어깨가 흥청댄 기색이 훨씬 진하게 느껴진다.

재미난 일화며 얘깃거리로 책은 둥덩거리고 있다. 멋진 비유법이나 수사학으로 책은 둥실둥실, 두둥실이다. 와인과 막걸리, 글래스에 사발을 대비시키면서 서구와 한국을 견주어 본 시도는 정말이지 멋지다. 절로 취기가 돌 지경이다.

또 있다. 서구문화와 한국문화를 수직구조와 수평구조로 대비시키면서, 우리의 얕은 짚집과 둥근 기와집 말고도 동그란 무덤 모양과 한복 소맷자락의 곡선을 등장시킨 것은 정말이지 빼어나다. 그러자니 읽는 사람들은 그런 뛰어난 비유법이 미술 작품도 같고 시 작품도 같다는 생각을 절로 한다.

춤꾼 교수, 김지원님의 시야는 이렇게 절묘하고도 넓다. 그리고 깊다. 그런 결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한국춤과 나란히 한국문화를 대하고 한국의 미학을 감상한다.

지금은 ‘글로벌리즘의 시대’다. 그럴수록 로컬리즘(지역색)이 더 그리워진다. 그래서는 우리는 절로 양자를 절충한 ‘글로컬리즘’을 아쉬워한다. 그 아쉬움, 그 그리움이 ‘한국춤에 빠지다’로 재미있게 신나게 ‘얼쑤 얼쑤!’로, 절로 어깨춤 추면서 채워지기를 바란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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