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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오푸스 대표 |
밥벌이의 슬픔을 안다, 라고 말하기에 내 인생은 가벼웠다. 책임질 거라고는 내 몸 하나뿐이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쿨한 척했다. 이것이 개폼이라는 것을 안 것은 어느 해 TV에서 본 한 사내의 뒷모습 때문이었다.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유일한 생계수단인 화물트럭을 팔러 새벽길을 나선 남자.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내의 뒷모습도 흐릿해졌다. 나는 울고 있었다.
그러다 잊어버렸다. 하루하루 살기 바빠 앞만 보던 내가 다시 주위를 둘러본 건 ‘집행관 일기’를 만들면서였다. 버스 한 대로 생계를 잇는 어느 가장이 지입차주라는 허점 때문에 두 눈 뜨고 밥벌이를 빼앗기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절규한다. 자신의 빚도 아닌데 버스회사 사장의 빚을 뒤집어쓰고 가압류당했으니 환장할 일이다. 은행빚을 갚을 길이 없자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듯한 무표정 가족의 집행 날, 어린 아들이 다리에 딱 갖다 붙인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떤다. 무표정은 분노를 감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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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섭 지음/오푸스/1만2000원 |
32년간의 검찰수사관 생활 동안 전직 두 대통령을 구속한 역사의 현장은 이제 지나간 뉴스일 뿐이라는 저자. 그가 인생 2막으로 선택한 집행관이라는 직업은 서울 하늘 아래 인간사의 온갖 그늘을 누비며 대한민국 서민들의 삶을 세밀화처럼 그려내게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지갑도 닫히고 마음까지 막히는 게 세상 이치지만, 힘든 시절일수록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길 줄 알아야 희망을 지킬 수 있다는 저자. 그의 위로는 밥벌이의 슬픔을 아는 우리 모두에게 유효하다. 이 많은 슬픔과 아픔이 일어나는 서울 하늘 아래, 나와 내 가족의 무사한 하루를 돌아보면 당신도 신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다.
김수영 오푸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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