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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 지혜의 여신에게 굴복하는 전쟁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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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12 18:40:01 수정 : 2009-02-12 18: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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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 마르스와 미네르바의 전투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그리스 신화 속의 전쟁의 신 아레스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로마식 표기로 각각 마르스, 미네르바로 일컬어진다.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 평화를 동시에 상징하는 여신으로, 올빼미와 올리브, 신성한 방패인 아이기스를 든 무장한 처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레스와 아테나는 모두 제우스를 아버지로 둔 남매인 데다 전쟁과 용기를 상징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런 두 신이 서로 자웅을 겨루게 된 것은, 트로이전쟁 당시 서로 편이 갈려 각각 트로이와 그리스를 지지했기 때문이었다. 아테나의 도움을 입은 그리스 투사 디오메데스가 아레스를 향해 던진 창은 정확히 명중했고, 창에 찔린 아레스는 큰 비명소리와 함께 도망치고 말았다.

19세기 초 프랑스 고전주의 미술의 대표자인 다비드의 작품에는 승패가 갈린 전쟁터를 배경으로 왼쪽에 부상한 아레스가 주저앉아 있고, 그런 그를 아테나가 굽어보며 훈계하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구릿빛 근육질 체격에 힘과 용맹을 상징하는 붉은 망토를 두른 전쟁의 신은 지성과 순결을 나타내는 흰 가운을 걸친 빛나는 여신의 자태 앞에 무력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완력의 장(場)인 전쟁터에서도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지혜를 아테나는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이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아테나는 그리스의 도시 아테네의 수호신이다. 도시의 이름은 그녀를 찬미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며, 그녀를 경배하기 위해 지어진 파르테논 신전은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아테나는 아름다운 아테네를 얻기 위해 백부이자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과 경합을 벌이기도 하였다.

둘 사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자,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중재자로 나섰다. 중재안은 두 신이 각각 아테네 주민들에게 선물을 주고, 주민들이 판정을 내려 더 좋은 선물을 해 준 쪽이 소유권을 인정받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포세이돈은 자신의 상징물인 삼지창으로 땅을 찔러 샘이 솟게 하였고, 아테나는 그 샘 옆에 올리브나무를 심었다.

아테네 주민들은 심사숙고 끝에 아테나의 올리브에 손을 들어주었다. 포세이돈이 제시한 샘물의 염도가 높아서이기도 했지만, 올리브열매가 식용 외에도 소독약, 산화방지제, 화장품 등 수많은 용도를 가지고 있는 데다 평화와 안전을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여신만큼이나 아테네 시민들도 지혜로웠던 셈이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우리가 아는 미네르바는 소위 인터넷 논객이라는 30대 남성이라고 한다. 그가 쓴 글에 주석까지 붙여 해석한 글이 나돌고, 그 내용을 맹신한 사람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탐색하더니, 저명한 경제학자들조차 그의 견해에 탄복하고,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기에 이르렀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그의 주장의 진위와 그의 정체 또한 아직도 뜨거운 감자이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실체인지 깃털인지가 아니다. 민심이 흉흉할 때면 노스트라다무스, 라스푸틴, 신돈 등 불길한 미래를 점치는 예언자들이 득세하기 마련 아니었던가. 백성들이 국가나 정권을 불신하고 신원미상의 예언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뭔가 잘못된 일이다. 인터넷에 영향력 있는 글을 유포하는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진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누군가의 말을 믿고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테네 시민들처럼 옥석을 가려 지혜로운 선택을 내려야 할 때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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