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 김동원 감독 ‘유감스런’ 평가에 대해

입력 : 2009-01-22 17:24:56 수정 : 2009-01-22 17:24:56

인쇄 메일 url 공유 - +

"뻔한 코미디라는 편견 깨려 다양한 시도했는데…"
◇김동원 감독은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를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 장르를 가진 코미디 영화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전신 인턴기자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를 연출한 김동원 감독은 요즘 꽤 귀가 간지럽다. 시사회 이후 “철 지난 조폭 코미디의 귀환이 심히 유감스럽다”는 평론가·네티즌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등 이른바 정트리오의 영화 속 캐릭터는 2001년 ‘두사부일체’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고, 경찰관과 범죄 조직원의 역할 바꾸기는 2002년 ‘무간도’의 명성마저 퇴색시키며, 코미디와 액션, 누아르, 멜로의 어설픈 혼합은 코미디적 재미마저 반감시킨다는 비판이다. 김 감독이 2005년 만든 ‘투사부일체’가 610만명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는 이유로 “같지도 않은 영화로 또 돈 벌려고 하느냐”는 의심 가득한 눈길도 있다.

물론 김 감독 자신도 4년 만에 다시 내놓은 이 영화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쉽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 눈에 많이 띈다. 그래도 “무성의하게 만든 영화”라는 비판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개그맨들의 아이디어 회의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개그콘서트’를 ‘나쁜 방송’으로 선정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개그맨 황현희와 같은 심정이다. 영화에서 재미를 찾는 관객을 상영 2시간 내내 웃기기 위해 지난 3년간 숱하게 고민했고 장르나 기법에서도 “진일보했다”는 평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22일 개봉 이후의 관객 평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김 감독을 최근 논현동에 위치한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유감스러운 도시’가 관객의 높아진 기대치에 맞춰 전작 ‘투사부일체’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코미디 영화라고 자신했다. 시종일관 웃겨야 하는 코미디를 기본 틀로 하되 ‘옷’과 ‘포장’은 좀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강력한 웃음은 슬랩스틱과 익숙한 인물·상황의 비틀기에서 나온다. 이번 영화 역시 정트리오가 이야기의 중심이고 분명 그들의 개인기에 기댄 측면이 많지만 그렇다고 마냥 전작을 답습한 것은 아니라는 것.

단순히 청테이프를 칭칭 동여맨 장충동(정준호)의 부양(?) 장면 등 많은 새 에피소드로 무장해서가 아니다. 그는 “배우들의 기존 캐릭터를 활용하면 세부적인 설명 없이 곧바로 새 영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정준호가 연기한 장충동이 개두식과 다르듯이 정웅인, 정운택의 캐릭터도 달라진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에서 단순무식 보스 양광섭(김상중)의 아내 조민주 역을 맡은 윤해영을 특히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사실 드라마 등에서 착하고 우아한 역만 주로 맡아온 윤해영씨는 걸쭉한 욕설을 쏟아내는 보스 아내 역 맡기를 주저했다”면서 “매력 있는 캐릭터라 영화배우 윤해영으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등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겼다”고 말했다. 양광섭의 수하인 쌍칼 역의 박상민도 김 감독이 새롭게 준비한 히든카드. 박상민은 이 영화에서 코믹한 연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김상중씨가 장충동과 이중대(정웅인)의 연결고리 역할이라면 상민이는 드라마적 중심을 잡는 역할”이라며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누아르, 액션 등이 녹아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영화에서 상민이를 철저한 악인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유감스러운 도시’ 제작비는 다른 코미디 영화보다는 많은 40억원 정도. 자동차 폭발 장면이나 헬기 신 등 액션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스케일이나 CF에서 익히 봐왔던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데뷔작 ‘투사부일체’ 이전에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TV광고를 잇따라 히트시킨 유명 CF감독이었다. 정준호와도 CF감독 시절 맺었던 인연이 계기가 돼 지금 영화 제작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코미디는 늘 뻔해’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면서 “코미디에다 누아르·액션적 요소를 가미해 웃음의 깊이를 좀 더 강화하도록 했고 시종일관 웃기면서도 볼거리가 있도록 비주얼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속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을 듣는 엔딩 장면에 대해서도 그는 “코미디 영화이지만 좀 더 여운이 남고 멋있게 보일 수 있는 결말을 원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 감독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조폭을 소재로 삼았을 뿐 미화보다는 비하하는 영화”라며 “다른 영화보다 폭력성이나 잔인함의 수위가 크게 낮을 뿐만 아니라 15세 이상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이 이 영화를 보고 조폭을 좋아할 정도로 유치하고 조악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유감스러운 도시’가 한국 영화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영화가 잘된다고 해서 영화산업이 망하거나 영화가 망한다고 해서 트렌드에 휩쓸리는 영화계 풍토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면서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 장르를 지닌 여러 영화들 중 코미디 영화인 ‘유감스러운 도시’가 과연 러닝타임 동안 정말 그럴듯하게 웃음을 줬느냐로 평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