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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on] '불륜'과 '또 하나의 사랑' 사이를 말한 영화 '키친'

입력 : 2009-01-20 16:50:34 수정 : 2009-01-20 1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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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공연이든 영화든 관객들의 경험에 의해 공감되는 스토리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 다음은 관객들이 한번쯤은 해보고싶었던 스토리의 잔상이 진하게 남는는다. 19일 첫 공개된 영화 '키친'은 후자의 희망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어렸을 적부터 오직 한 남자만 바라봤던 여자는 그 남자를 형이라 부르며 따라다녔고 결국 평생 한 집에서 형이라 부르며 살고 있었다. 남자 또한 자신을 형이라 부르며 동생처럼 생각되었던 여자와 결혼을 하면서 자신에게는 그 여자만이, 그 여자에게는 자신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던 중 이들 사이에 변수가 등장한다. 남자의 레스토랑 사업 파트너이자 남자와 절친한 또다른 남자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삐긋대기 시작한다.

가슴뛰는 사랑과 공기같이 늘 존재하는 사랑에 대해 아름답게 그리려 했지만 영화 '키친'은 결국 불륜에 대한 이야기다. 단지 방송에서 보여진 '사랑과 전쟁'식의 중년 부부가 나와 한적한 바닷가에서 손잡고 걸으며 은밀한 느낌을 주었다면, 영화 '키친'은 이보다는 발랄한 젊은 느낌으로 '불륜'이라는 단어보다는 '또 하나의 사랑'이라는 말을 부여하려 노력한다.

어떻게보면 이는 여성 감독의 눈으로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불륜'이 사회라는 커다른 틀 안에서 법과 제도로 규정된 '일탈적 의미'로 부정적이게 인식된 것을, 인간 한명 한명을 두고 이성이 아닌 감성의 흐름으로 '또 하나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어필한 것이다. 저돌적인 두레 (주지훈 분)의 솔직함과 결혼에 대한 정의를 '소유'가 아닌 '공존'으로 인식한 상인 (김태우 분)의 사랑의 감정, 그리고 낯선 감정의 혼란 속에서도 그 자체를 받아들인 모래 (신민아 분)의 순수하면서도 도발적인 모습은 사회적 제도로 바라본 '불륜'의 느낌을 무색하게 한다. 여기에 환한 빛으로 치장한 화면은 이들의 모습을 결혼이라는 고정된 관계에서 벗어나 '사랑''연애'의 수준에서 머물게 만들었다.

물론 상인이 모든 상황을 파악한 후 벌어지는 일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가졌던 '해보고 싶은 스토리'의 잔상을 깨버리고, 온갖 뉴스를 통해 들었던 경험에 의한 스토리로 급전환된다. 현실로 돌아와 관객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구태의연한 결말일 수도 있고, 현실을 선택해야 하는 영화적인 한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관객이 가지고 있는 은밀한 상상력과 사회속 현실의 무게추를 어느 쪽에 더 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오는 2월 5일 개봉 예정.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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