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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아내 말에 아들을 잃은 테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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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1-19 17:15:30 수정 : 2009-01-19 17: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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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모험 25

포세이돈은 평소에 자기를 잘 섬기는 테세우스의 간청을 뿌리칠 수 없었고,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타당한 일일 것으로 생각했다. 포세이돈은 흉측하게 생긴 바다 괴물을 불러서 명령했다.

“너는 지금 빨리 뭍으로 가서 어떻게 해서든 히폴리토스를 죽이도록 하라.”

괴물은 포세이돈의 명을 받고 재빨리 히폴리토스를 찾아 나섰다. 마침 히폴리토스는 말들이 끄는 전차를 타고 바닷가를 달리고 있었다. 바다 괴물은 바다물속에 숨어 있다가 히폴리토스의 전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곧 전차가 나타나자 괴물은 흉측한 모습으로 갑자기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르며 기묘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히폴리토스가 타고 있는 전차를 끌던 말들이 놀라서 날뛰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말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뛰려고 했다.

전차는 사정없이 흔들리며 방향을 잃고 삐거덕 소리를 냈다. 그 바람에 히폴리토스는 전차에서 휘청거리다가 넘어졌고 급기야 전차에서 떨어지면서 발이 말고삐에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말들은 더욱 난폭하게 날뛰었다. 히폴리토스는 말고삐에 걸린 채 말들이 날뛰는 대로 끌려 다녔다. 그렇게 공포에 사로잡히고 정신없이 끌려 다니다 끝내는 험한 바위 위로 끌려가다가 전차가 부서지면서 그도 결국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한편 테세우스가 히폴리토스를 저주하며 포세이돈 신에게 죽여 달라는 기원을 들은 파이드라는 심중으로 두려움과 양심의 가책을 받고 파르르 떨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심장이 딱 멎는 것 같은 기분이 섬뜩하게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필시 히폴리토스에게 큰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히폴리토스를 저주받게 만들긴 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파이드라는 부르르 떨며 천을 이어 줄을 만든 후 목에 걸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받침대를 뒤로 밀었다. 그녀는 공중에 대롱대롱 대달려 바들거리다가 절명했다.

시종들로부터 실제로 파이드라가 목을 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테세우스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히폴리토스 이 나쁜 놈 때문에 파이드라가 결국 죽음을 맞다니. 결코 네 놈도 포세이돈 신이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테세우스가 비탄에 잠겨 땅을 두드리며 통곡하고 있을 때, 사냥을 즐기는 신 아르테미스가 그에게 나타났다.

“대단한 영웅, 헤라클레스를 닮고 싶어 했던 위대한 영웅이란 칭호를 받던 그대가 이제는 총기마저 없어지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테세우스. 난 그대에게 사실을 말해주러 왔노라. 나는 그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괴로움만을 주러 왔다. 그대는 여자에 빠져 총기를 잃고 죄 없는 아들에게 저주를 내렸으니 괴로움만 있을 것이다. 그대의 아들은 고결했다. 불결한 것은 그대의 아내 파이드라였느니라. 파이드라는 그대 아들에 대해 품은 정념 때문에 미쳐 버렸다네. 파이드라는 자신의 정욕을 못 이기고 그대 아들을 유혹했지만 그대 아들은 고결했네. 그녀가 유서라며 쓴 편지는 거짓이었네. 이제 그대의 아내 파이드라가 죽었으니 그녀가 죽는 것은 마땅한 일이거늘, 그대는 어찌 영웅답지 못하게 땅이나 친단 말인가! 어리석은 테세우스.”

어안이 벙벙하여 아르테미스 여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테세우스는 이 엄청나고 무시무시한 사건에 가슴이 미어졌다. 이 때 아직 간신히 숨을 몰아쉬는 히폴리토스가 실려 들어왔다.

“테세우스시여, 당신의 아들 히폴리토스가 심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시종들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테세우스는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 히폴리토스에게 달려 내려갔다.

“내 아들! 히폴리토스. 어쩌면 좋으냐.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다. 너에게 이런 괴로움을 겪게 하다니. 내가 참으로 죽을 놈이다.”

테세우스가 온 몸에 상처를 입은 히폴리토스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자 히폴리토스는 간신히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아버지 저는 결백해요.”

“알고 있다. 아들아. 아르테미스 신으로부터 들었다.”

간신히 눈을 뜬 히폴리토스는 아르테미스 여신을 바라보면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아르테미스 여신, 당신이십니까? 나의 여신이여, 당신의 사냥꾼 히폴리토스는 결국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런 죄가 없이 이렇게…”

“히폴리토스! 내가 미처 그대를 돌보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대 이외의 어떤 다른 사람도 그대를 대신할 수 없지. 그대는 인간들 중에서 내가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니…”

히폴리토스는 여신의 빛나는 얼굴에서 비탄에 잠긴 테세우스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간신히 말했다.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이것은 아버지 탓이 아니었습니다.”

“미안하다  아들아. 어쩌면 좋단 말이냐? 내가 네 대신 내가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테세우스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부짖었다. 이 슬픈 광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아르테미스 여신은  차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의 팔에 아들을 안으라. 테세우스. 아들을 죽인 것은 그대가 아니라 아프로디테였지. 아프로디테가 자신을 섬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이드라의 마음에 아들에 대한 염정을 집어넣은 탓이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게. 히폴리토스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란 것을. 노래와 이야기로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게 될 것이네.”

이 말을 끝으로 아르테미스 여신은 테세우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히폴리토스도 사라졌다. 테세우스는 어안이 벙벙했다. 히폴리토스는 이렇게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그를 무척이나 아꼈던 아르테미스 여신은 그를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데려다가 그를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의술의 신은 그의 생명을 회복시켰다. 아르테미스는 온전한 정신이 아닌 아버지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이탈리아에 히폴리토스를 데려다 놓고, 에게리아라는 님프로 하여금 보호하게 했다.

졸지에 아내와 아들을 동시에 잃은 테세우스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인심은 냉정했다. 정신이 혼미한 테세우스를 아테네 시민들은 그를 추방했던 것이다. 테세우스는 갈 곳이 없었다.

아테네에서 추방당한 테세우스는 친구인 스키로스의 왕 리코메데스의 궁전으로 도망쳤다. 리코메데스는 처음에는 그를 따뜻이 맞아주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지금은 비록 국민의 신망을 잃은 지도자지만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리코메데스는 테세우스에게 자기 영토를 보여주겠다면서 그를 아주 높은 벼랑 위로 데리고 올라갔다. 테세우스를 벼랑으로 데려가 자기 영토를 보여주는 체하다가 리코메데스는 갑자기 테세우스를 밀어 떨어뜨렸다.

영웅 테세우스는 결국 친구에게 베신 당해서 벼랑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것이 아테네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위대한 영웅의 최후였다. 후에 아테네의 키몬 장군이 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아테네로 옮겼는데, 유해는 그를 기념하기 위해서 테세이온이라 불리는 신전에 안치되었다.

테세우스의 이야기는 이번 주로 끝맺고 다음 주에 다른 이야기로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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