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2006년 '투사부일체'이후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너무 힘을 주었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웃음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다고 해야하나. 12일 시사회를 가진 2009년도 첫 영화 범죄액션코미디 '유감스러운 도시' (제작 주머니엔터테인먼트, 감독 김동원)는 유감스럽다못해 민망했다. 코미디 영화물이 상영되는 동안 웃음보다는 실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는 특수임무를 위해 경찰과 범죄조직이 서로 스파이 작전을 펼친다는 내용으로 제작 과정에서부터 전국 620만명을 동원한 영화 '투사부일체'의 김동원 감독과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김상중이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었다. 또한 여기에 새로이 박상민, 한고은, 윤해영, 선우재덕, 김대희가 출연해 기대감을 더욱 높혔다.
충동적인 교통경찰 장충동 (정준호 분)에게 거대 기업조직에 위장 잠입해 조직을 감시하라는 특수 임무가 주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조직에서 어설프게 막장인생을 살고 있는 양아치 이중대 (정웅인 분)에게는 경찰이 되라는 조직의 명령이 떨어진다. 스파이로 서로의 조직에 잠입하지만 각자 조직의 도움으로 둘 모두 각 조직의 수뇌부가 된다. 이후 둘의 좌충우돌 스파이 노릇은 지속되지만 범죄조직의 거대 계획으로 인해 둘의 운명이 결정된다.
영화는 중간 중간 웃음 코드를 담아내려 했지만 아쉽게도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했고, 모든 등장인물에 골고루 배분하려다보니 스토리의 끊김이 심했다. 어느 한 장면을 보고 이해하려는 순간 다른 장면으로 넘어갔고, 인물 간의 상호작용의 끈도 느슨했다.
정준호와 정웅인이 각각의 조직에 입성하는 과정이야 코미디 영화의 특성상 억지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적응해가는 과정이나 인물간에 엮여져 가는 부분은 너무 억지스러웠다. 또한 이중대와 여경찰 차세린 (한고은 분)의 사랑이나 윤해영, 김대희의 존재는 더더욱 '왜?'라는 의문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코미디 영화가 웃고 즐기며 '왜?'라는 의문을 꼭 가져야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스토리를 이해하고 따라가는데 방해가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다른 영화의 내용이나 앞서 '두사부일체 류'의 영화를 패러디한 듯한 장면들도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에는 어설펐다.
김동원 감독은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웃기기보다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 속에 코믹도 있고 멜로도 있고 여러 장르를 왔다갔다 했지만 중점적으로는 코미디물이기 때문에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 주실지는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웃기지도 않았으며 재미도 이끌어내지는 못한 '짬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문동식 역의 배우 정운택이 기자간담회에서 "난 맞거나 학대를 당해야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는 말은 거꾸로 이번 영화가 코미디물에 대해 높아진 관객 눈을 맞추기보다는 과거 '두사부일체 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1월 22일 개봉.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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