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변동을 늘 관찰하던 지질학자 트레버(브랜든 프레이저)가 우연히 『지구속 여행』이라는 고서를 발견한다. 책 속에 남겨진 암호가 지구 속 세상을 밝힐 단서라고 여긴 그는 조카 션(조쉬 허처슨)과 함께 비밀의 열쇠를 풀 수 있는 아이슬란드로 향한다. 고서에 명시된 대로 찾아간 산장에서 미모의 산악가이드 한나(애니타 브리엠)의 안내로 사화산 분화구에 오르는 트레버와 션. 그러나 급작스런 기후 변화로 세 사람은 동굴에 갇히고 지구 중심 세계로 통하는 빅 홀로 빠진다. 황홀한 미지의 세상을 보고 넋을 잃지만, 한편으로 그곳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데 (중략)
이 영화는 퓨전 카메라 시스템을 비롯한 최첨단 신기술을 도입하여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다. 특수효과의 거장 에릭 브레빅은 이 영화에서 관객이 마치 등장인물과 함께 사건을 겪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전해 주었다. 소위 전편 실사 리얼 D 영화로,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블록버스터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영화는 진정한 입체영상이 무엇인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키려는 듯, 철저한 계산 하에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하였다. 처음에는 환상적인 별빛과 색채 그리고 주인공을 향해 달려드는 굶주린 피라니아와 그것들을 먹어치우는 엄청난 크기의 바닷 속 공룡, 그리고 티라노사우루스와 거대한 식충식물 등이 등장한다. 더욱이 스릴 넘치는 여러 장면에는 과거 대박을 터뜨렸던 블록버스터의 오마주를 연상케 한다. 대표적인 예가 주인공들이 탄 화차가 무서운 속도로 철도 위를 질주하는 신으로, <인디아나 존스 2>에서 철도위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볼거리에 집중한 나머지, 플롯상의 개연성이나 치밀함이 부족한 면도 드러난다. 하필이면 세 사람이 지구 속 세상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기온이 급상승해서 탈출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에 몰리게 되는 이유가 뭘까. 이미 수천만년 전에 멸종해 버린 티라노사우루스와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잡아먹는 식충식물이 공존하고 일정한 자력이 유지되어 허공에 뜬 돌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미지의 세계. 그러나 이러한 점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지적할 필요는 없을 듯.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추구한 가장 중요한 관객 서비스가 바로 ‘볼거리 종합선물세트’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브랜든 프레이저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연기도 보기 좋다. 물론 감동이나 인간의 내면세계를 끌어내는 작품이 아닌 이상, 연기력에 큰 기대를 걸 영화는 아니지만 말이다. 다만 프레이저가 <미이라> 시리즈 이후 이 영화를 통해서 액션 블록버스터 배우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역시 영화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관객에게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을 듯. 입체영화에 필요한 안경을 쓰고 주인공과 함께 지구 속 환상의 세계를 질주하고 헤쳐 나가고 그리고 탈출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동원 역사영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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