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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걸사극 삼국지 안방에 펼쳐진다

입력 : 2009-01-04 17:54:29 수정 : 2009-01-04 17: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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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테이프 끊은 '천추태후' 평가절하된 리더십 재평가

2월 전파타는 '자명고', 5월 선보이는 '선덕여왕'

역사속 여성 지도자들의 화합·통합의 지도력 조명
◇KBS ‘천추태후’
2009년 지상파 방송 3사에 사극 열풍이 몰아친다. 제작비 문제로 드라마를 축소하는 추세지만 각 방송사는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만든 대형 사극에 자존심을 걸었다. 특히 KBS ‘천추태후’, SBS ‘자명고’, MBC ‘선덕여왕’이 모두 여성 지도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공통점을 지녀 여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방송 3사의 사극 대결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3사 방송사 담당 PD의 입을 통해 미리 사극 삼국지 열풍을 몰고올 드라마를 살펴봤다.

◆ KBS ‘천추태후’=3일 첫 방송으로 포문을 연 ‘천추태후’는 거란의 침략에 맞서 고려를 지킨 천추태후의 일대기를 50부작에 걸쳐 그린다.

신창석 PD는 “여성 지도자가 정치 전면에 나서 주체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극은 천추태후가 최초일 것”이라며 “직접 최고통치자로 정치를 한 천추태후는 그만큼 탁월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태조 왕건의 손녀이자 성종의 누이동생, 경종의 왕후이며 고려 7대왕 목종의 어머니였던 그는 묘청과 함께 서경천도운동을 벌이고 팔관회, 연등회를 부활시킨 여장부다. 채시라가 열연하는 천추태후는 극 중에서 직접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등 전장에 나가 진두지휘를 한다. 신 PD는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천추태후를 사치스럽고 간통을 저지르는 욕망의 화신으로 평가절하했다”면서 “지도자로서 천추태후를 재조명할 때가 왔다”고 제작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역감정, 보혁 갈등 등 구성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발해 유민을 포용하고 고려의 태평시대를 이끈 천추태후의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이 우리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BS ‘자명고’

◆ SBS ‘자명고’=2월 방송되는 자명고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를 바탕으로 한 여성 무협 환타지 사극이다.

이명우 PD는 “자명고는 역사적 기록이 비교적 많은 고구려와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낙랑국의 이야기”라며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지만 패한 나라의 아름다운 역사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설화에서는 자명고가 적의 침입을 알려주는 북으로 전해온다. 하지만 제작진은 ‘자명고는 첩보원이나 스파이 같은 시스템이었다’는 여러 논문의 기록에서 착안해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나선 자명공주를 탄생시켰다. 정려원이 사랑보다 나라를 택한 자명공주를, 박민영과 정경호가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로맨스를 그려낼 예정이다. 이 PD는 “자명공주는 치세(治世)를 한 여성 지도자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싸우는 잔다르크 같은 인물”이라며 “자명공주와 낙랑공주가 보여주는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인 무협 판타지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 MBC ‘선덕여왕’=5월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선덕여왕’은 신라의 중흥과 삼국통일의 초석을 닦은 선덕여왕 일대기와 그의 정적 미실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낸다.

박홍균 PD는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소개되는 신라 사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북돋고 나아가 선덕여왕의 리더십을 통해 오늘날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지도상을 생각해보기 위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박 PD는 “선덕여왕이 위대해서 여성의 몸으로 왕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김유신과 김춘추를 발탁해 좌우로 포진한 데 있다”면서 “선덕여왕이 왕이 되는 과정을 권력투쟁의 승리 보다는 인재를 얻어가는 과정으로 그리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요원이 우리나라 최초 여왕인 선덕여왕을, 고현정이 선덕여왕의 정적인 미실역을 맡아 팜므파탈로 변신한다. 이들의 연기 대결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재현되는 신라의 전통과 문화도 주목할 만한 감상 포인트. 제작진은 “신라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재창조해 기존 사극과는 다른 아름다운 색감과 디테일로 새로운 고전미를 그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왜 여걸 사극인가=방송 3사가 비슷한 시기에 여걸을 내세운 사극을 방영하는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세 드라마는 모두 2∼3년 전부터 시놉이 준비된 만큼 방영시기가 겹친 것은 우연에 가깝다. 하지만 배신과 야합, 권력투쟁으로 얼룩진 남성 중심의 사극에서 여성으로 초점이 옮아가는 데는 여성의 정치·사회적 지위 상승과 함께 여성적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추태후’가 발해 유민들을 받아들이고 ‘선덕여왕’이 자신과 뜻이 다르거나 자신에게 맞서는 적들까지 품어냈듯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외침이 아닐까.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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