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소고기 대응 미숙·인사실패 정국혼란 자초
여야 쟁점법안 등 놓고 전면전… 지지율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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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 많은 2008년이 저물어간다. 그때그때 기록된 사진들은 파노라마식으로 숨가빴던 순간들을 비춘다. 위부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2월25일), 4·9총선 당시 여의도 국회앞 풍경,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선 뒤 당기를 흔드는 박희태 대표(7월3일), 서울 세종로를 가득 메운 촛불시위 행렬(6·10항쟁 21주년).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당선자 자격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서 선진화를 시작하자”고 말한 것과는 전혀 맞지 않은 일들과 함께 한 해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여야는 사사건건 대립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제18대 총선 실시로 새로운 정치질서가 구축됐지만 그에 따른 전환기적 진통도 강도 높게 분출됐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협상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했고, 결국 이 때문에 18대 국회 개원이 법정기일보다 82일이나 늦게 이뤄지는 결과를 낳았다.
추경 예산안과 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를 놓고도 부딪쳤고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기일 내에 통과시키지 못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나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각종 감세 법안을 놓고도 티격태격했다. 한반도 대운하도 주요 정쟁대상이었다.
특히 여권은 지난 6월 “국민이 반대하면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언에도 대운하에 미련을 버리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연초부터 잇단 정책 혼선과 인사 실패로 정국혼란을 자초했다. 집권 1기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에 재산이 많거나 특정인맥의 인사가 대거 발탁되면서 ‘강부자 내각’이니 ‘고소영 내각’이니 하는 비판을 샀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 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대거 교체하고 장관 3명을 바꾸는 부분개각을 단행해야 했다.
2008년 정국의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꾼 것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였다. 여권의 안이한 문제의식과 어설픈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한미 정상회담을 의식해 협상을 서둘렀다. 일부 민감한 내용을 신중한 검토 없이 합의문에 포함한 것도 문제였다. 민심을 배려하는 조심스러움도 없었다. 이 일로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사과를 해야 했고,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여권 전체의 어설픈 위기 대응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촛불집회나 금융위기 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위기를 증폭시켰다. 특히 정부가 세계적 경제위기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쓴 것은 뼈아픈 실책이었다.
한나라당은 172석이라는 안정의석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국정을 뒷받침하는 집권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리더십 부재와 내부 갈등으로 끊임없이 흔들렸다.
민주당도 정책적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걸핏하면 장외로 나가겠다고 했다. 여야의 한계는 연말 폭발한 ‘법안전쟁’의 와중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 결과로 민심은 여야 모두에게 등을 돌렸다.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1년 전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한편 4월9일 실시된 18대 총선으로 한국정치는 구조적으로 재편됐다.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어 1당으로 부상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친박연대와 무소속의 일부 합류로 172석의 거대 여당이 됐다. 전체적으로 보수 성향의 정치세력이 약진한 반면 진보 성향의 정당은 위축된 한 해였다.
전천실 선임기자 chun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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