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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도 ◇황해도 소놀이굿의 소탈 |
국립민속박물관은 내년 3월 2일까지 역사와 생활 속 소의 모습을 조명한 ‘소와 함께 세상이야기, 우행(牛行)’ 특별전을 연다. 박물관이 1999년부터 매년 여는 ‘띠 특별전’으로 가장 인기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는 우리 생활문화 속에 나타나는 소의 이미지와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기능 및 역할을 소개한다. 천문도, 경직도, 소뿔로 만든 화각함, 화조도 등 관련 유물 90여점으로 꾸며진다.
소는 농경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 우리 조상들은 소를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 농사 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소중히 여겼다. 소는 논이나 밭을 쟁기질하는 등 힘든 농사일을 하는 데 필수적인 노동력이자 일상생활에서는 운송 수단이었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장만할 비상 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농경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경직도에는 쟁기질하거나 짐을 나르는 소의 모습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또 소는 뿔, 가죽, 기름, 고기 등 모든 것을 인간에게 제공해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농경사회에서의 소의 중요성은 제의나 의례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고대사회에서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소를 신성한 제물로 사용했으며, 정월 대보름에 즈음해 마을에서는 그해 풍년을 기원하는 소놀음굿을 펼쳤다.
소는 십이지의 두 번째 자리로, 소띠 해는 축년(丑年)으로, 음력 12월은 축월(丑月)로, 일(日)은 축일(丑日)로, 시간은 오전 1시에서 3시까지인 축시(丑時)로 표기된다. 또 방위는 천문도나 해시계에서 볼 수 있듯이 북북동 방향[丑方]을 가리킨다. 이러한 십이지 속 소에 담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은 운수나 벽사의 의미로 확장됐다.
문화적으로 소는 우직하고 온순하며, 힘이 세지만 사납지 않은 동물이었다. 이러한 소의 기질은 우리 문화 곳곳에서 상징화돼 자리 잡고 있다. 목동이 소를 타고 유유히 가는 그림 속 소의 모습은 착하고 여유로운 본성과 맞물려 있다.
이 밖에 전주역사박물관은 내년 2월22일까지 ‘부와 성실함의 상징, 소(牛)’를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일상 생활 속 소의 이미지를 알 수 있는 민화와 부채, 1950년대 교과서, 1970년대 잡지 등의 생활유물이 전시된다. 또 김좌진과 히틀러 등 소띠 유명인의 삶과 역사적 사건을 소개한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7일까지 ‘더 프렌들리 카우(The Friendly Cow) 2009’ 특별전을 연다. 예술가 16명의 소에 대한 사랑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50여점이 전시된다.
박수근의 ‘앉아 있는 소’를 비롯, 서양화가 황유엽이 그린 목가적 풍경화 속의 한가로운 소, 독도화가 권용섭의 독도를 지키는 소, 김민수의 민화 속의 소등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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