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연극 통해 사회 바꾸고 싶어”

입력 : 2008-12-12 21:51:10 수정 : 2008-12-12 21:51:1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연극 ‘주운고아’ 연출 라삐율씨 “한국에서 연극 작업은 수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출이 지시를 하면 배우나 제작진이 손발이 되어 움직이죠. 그런데 연극은 누가 시켜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작업이에요. 전 공동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내린 연극 ‘주운고아’의 연출자 라삐율(박희은·37·사진)씨는 연극을 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어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워크숍을 거친 후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은 국내 연극계에 드문 방식이다. 그는 “공연 작업 전 워크숍을 통해 배우, 제작진과 작품의 문제의식, 작업의 단초를 공유한다”며 “작품 하나를 하는 데 2개의 프로젝트가 나눠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후 독일로 건너가 무대 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 친구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소나기에 파묻혀 ‘라삐율’처럼 들렸다”면서 “이후 이 별명이 독일에서 발음하기 어려운 본명 대신 나를 지칭하는 이름이 됐다”고 밝혔다.

그가 연극 연출에 손을 대게 된 계기는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였다. “브레히트의 ‘팟저’를 한국에 알리고 싶어 같이 작업할 사람을 찾다가 그냥 ‘내가 연출을 하자’고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브레히트는 연극을 통해 연극 시스템과 사회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오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사람이죠. 연극을 무대에 올릴 뿐 아니라 작업을 하는 우리와 관객이 변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했습니다.”

‘주운고아’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하이너 뮐러가 희곡으로 각색한 ‘주운아이’를 바탕으로 한다. 페스트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페스트로 부모를 잃은 한 아이를 데려오면서 시작되는 비극을 그린다. 그는 “뿌리도 정체성도 없는 우리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 대신 ‘고아’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완벽한 미모'
  • 채수빈 '완벽한 미모'
  • 이은지 ‘밥값은 해야지!’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