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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거부한 이들의 아미쉬 마을을 찾아서

입력 : 2008-11-21 10:03:29 수정 : 2008-11-21 1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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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쉬는 팬실베니아 주 랭커스터에 있는데 메릴랜드 남부에도 아미쉬 마을이 있다고 어느날 친구가 거길 함께 가자 해서 갔습니다. 현대 문명을 거부하며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이런 인터넷 시대에 참 신기하고 관심이 갑니다.

셋이서 일찌감치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해 달렸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찾아 보려고 말입니다. 꼭 그들의 삶에 흥미를 느끼는다는 것  보다는 마음맞는 친구들끼리 중년을 재미있게 보내려고 드라이브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 솔직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미국사람이 되지 않으며 될 수도 없는 것이 문화적인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우린 된장찌개가 맛있고 김치국물이 시원합니다. 어린 시절 입에 배인 음식이 얼마나 일생의 습관을 좌우하는지 모르겠네요.

미국이나 일본이나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는 다 비슷합니다. 뉴욕이나 워싱턴 디씨나 서울이나 동경이나 모두 비슷합니다. 자동차가 왔다 갔다하고 신호등들이 반짝거리고 사람들이 웅성웅성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시골의 모습은 아주 조금은 다릅니다.

한국의 시골은 텃밭이 있고 비포장 도로가 있고 오솔길이 있고 작은 야산들이 있고 저수지가 있고 갈대밭이 있어서 갈대가 흔들거리고 우리가 어린 시절엔 소달구지가 덜커덩거리고 가기도 했구요. 참 경운기도 털털거리고 논두렁을 달렸지요.

미국의 시골은 아주아주 넓고 시원합니다. 시골에 와야만 비로서 아하~~이게 미국이다. 어린시절 그림 엽서에 있는 아름다운 집 그림같은 집에 넓은 잔디밭 끝없이 푸른 초원 정말 아름다운 미국의 시골은 사람들까지도 전혀 오염이 안된 청순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특히 노인들은 더더욱 친절합니다. 그들은 아주 마음이 맑아 보이고 편안해 보입니다. 도시에서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 러쉬아워에 부대끼지 않으며 그저 드넓은 아스필트 길을 혼자서 시원하게 쇼핑하러 달립니다.

짜증날일도 없고 급할일도 없지요. 우린 달리다가 해변에 가까운 조그만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유창하지 않지만 미국 아주머니들과 담화도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물어보고 길도 물어보면 친절한 미국의 시골 아주머니들은 신이나서 설명을 해댑니다. 여긴 어떻고 그쪽으로 달려가면 어떻고 아미쉬 마을을 찾으려면 반대편으로 가시오. 하면서 마음에 안드는건 아주머니가 행주 치마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서 피워 물며 계속 수다를 떨지요. 그들은 담배 피우는 것도 자연 스러우니.

동서고금을 통하여 아주머니는 다 수다스럽고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수다떠는 걸 즐기는 아주 공통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아미쉬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열심히 살피며 길을 갔지만 해변에서 발견한 청년들 한 무리를 빼고는 아미쉬 다운 모습들은 그리 많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문명을 거부한다고 하니 전깃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고 농사를 지어서 자급자족하여 먹고 산다고 하니 그분들이 짓는 농사는 아마 유기농이 틀림 없고 아주 사람 몸에 좋은 곡식이나 채소들일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만일 나보고 아미쉬 사람들처럼 문명을 거부하고 살아보라고 한다면 아마 나는 한달내에 정신병자가 되고 말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이미 현대 문명에 물들대로 물들어 더이상 촛불 켜고 전원 생활을 할 수 없는 습관으로 길들여져 있으니 말입니다. 아마 그들은 아주 오래 살겠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문명을 받아들이고 그 문명을 즐기디가 좀 빨리 죽는 편을 택할 것입니다.

아미쉬 사람들처럼 문명을 거부하고 기름 램프불을 켜고 살며 낮에는 농사짓고 밤엔 책이나 읽는다면 아주 듣기에는 낭만이고 참 좋아 보이고 천년도 살 것 같은 기분이겠지요. 저 같은 사람에겐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현실이 즐겁고 현대 문명이 나를 천국속에 살게 한다면 나는 구태여 꿈같은 문명거부는 못할 것입니다. 다 사람들이 사는 방법이 다르지만 그들은 아주 착하고 사람들이 정직하고 선량하다고 합니다.

그들의 마을에는 아주 드넓은 옥수수밭이 보이고 말과 마차가 보입니다. 보기에는 정말 천국 같습니다. 아름다운 천국. 권모술수가 범람하는 현대인들의 병든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이 거기서 아주 행복하게 오래오래 그들의 가풍을 지키며 살기를 빌어 봅니다.

유노숙 워싱턴 통신원 yns50@segye.com  블로그 http://yns1.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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