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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인쇄골목 연말 특수도 '뚝'

입력 : 2008-11-18 21:49:15 수정 : 2008-11-18 21: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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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달력 등 값싼 중국에 의뢰… 인건비·원자재 부담만 '쑥쑥'
"IMF때도 이보다 나았는데…"
임대 전단 18일 서울 충무로 인쇄업체가 밀집한 골목 곳곳에 공장 및 사무실 임대 업자를 구하는 안내문이 나붙어 인쇄업체에 불어닥친 불황 한파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종덕 기자
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를 기록한 18일. 오전 주변의 높은 건물에 햇볕을 빼앗긴 서울 충무로 인쇄골목은 오가는 발길조차 뜸해 더욱 스산해 보였다. 전봇대와 건물 외벽에 붙은 공장·사무실 임대를 알리는 전단만 바람에 나부꼈다. 경기불황으로 수요가 줄면서 인쇄골목의 수은주는 이미 영하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이맘때면 달력, 다이어리, 연하장 수요가 몰리면서 새벽부터 기계를 돌려도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지금은 하루종일 기계를 놀릴 때도 허다하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반가워 소리를 좇아 인쇄소로 들어섰다. 어찌 된 일인지 빈 기계만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25년째 인쇄소를 운영했다는 최모(46)씨는 “기계를 그냥 두면 잉크가 굳어 어쩔 수 없이 빈 기계를 돌리고 있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최씨는 높은 원자재값에 인건비까지 부담할 수 없어 한달 전부터 직원 없이 홀로 인쇄소를 지키고 있다. 최씨는 “잉크 수입값은 작년 이맘때보다 500% 올랐고 종이값도 45%가량 올랐다. 수요 자체가 없다 보니 기계 리스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IMF 때도 이보다는 나았다”고 하소연했다.

A인쇄업체 임모(53) 대표는 “다이어리나 달력도 인건비가 싼 중국에 맡기다 보니 연말 특수도 옛날 얘기”라며 “지금도 계속 문닫는 집이 늘고 있는데 내년 봄까지 버틸 곳이 몇 곳이나 될지…”라며 말을 흐렸다. 유창인쇄사 이영기(70) 대표도 “추석 쇠고선 12월까지가 제일 바쁜 철인데 일이 없으니 손만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에는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해 문을 굳게 잠근 곳이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세운부동산 문상진(72) 대표는 “하반기 들어 경기불황이 심해지면서 문 닫는 업체들이 늘어나 이 골목 건물 2, 3층은 거의 비어 있다”며 “기계까지 몽땅 남겨두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오후가 되면서 기온은 영상을 회복했지만 이곳의 영하권 체감온도는 당분간 풀리기 어려워 보였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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