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10∼20%이상 감소… 원룸·독서실 가격 동반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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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안내문 18일 서울 노량진 고시학원가에 위치한 한 서점이 폐업안내문을 붙이고 셔터를 내린 채 영업중단을 알리고 있다. 이종덕 기자 |
경기 침체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공시족’(공무원 시험 수험생)의 둥지인 노량진 학원가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지만 내년 서울과 경기도 등 전국 15개 광역 시·도 지자체 채용인원이 대폭 감소한다는 소식에 공시족이 서둘러 이곳을 떠나고 있다.
18일 노량진 지역의 공무원시험 전문 학원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강생은 예년에 비해 10∼20% 이상 줄어들었다. A학원 관계자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법원·경찰직 공무원 등 직능을 가리지 않고 수강생이 줄었다”며 “6개월∼1년 공부한 이들만 있을 뿐 새로 또는 2년 이상 장기 준비하는 이는 별로 없다”고 전했다.
공시족 불안감을 자극한 건 무엇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전국 지자체의 내년도 신규 채용 규모다. 새 정부 들어 조직 개편이 추진된 데다가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이 늘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임용되지 못하고 적잖은 기간 대기해야 한다. 내년에는 경기불황 여파로 민간 기업 채용 규모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여 “하루라도 빨리 어디든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공시족이 떠나면서 노량진 일대 원룸과 독서실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올 상반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5만원 이상 하던 원룸은 이미 월 5만∼10만원 내렸다. A공인중개사 김모(42·여)씨는 “9월 이후 물량이 많이 나오더니 10월 들어서는 방을 구하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정모(28)씨는 “노량진에 있으면 모두가 취업 준비생인 탓에 심리적으로 위안이 됐는데, 하나둘 떠나는 걸 보니 마음만 뒤숭숭하다”고 씁쓸해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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