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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재정공개] "투명성이 곧 생명"… 1달러까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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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기부금 2000만원이상 단체 공개의무화
수입·지출 내역, 간부 급여·부채까지 밝혀
후원자와 신뢰 구축… 재정 독립 가능해져
“그린피스의 힘과 효율성은 홀로 설 수 있는 재정에서 나옵니다. 그린피스는 정부나 기업에서 어떠한 자금도 받지 않습니다. 이 같은 재정 독립성은 우리에게 권위와 신뢰를 가져다줍니다.”(그린피스 베른하르트 드루멜 기금모금국장) 회계 장부가 아예 없거나 서랍 깊숙이 들어가 있는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와 달리 외국의 단체들은 재정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한다. 홈페이지에 수시로 후원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례보고서를 통해 누구로부터 얼마를 기부받았는지, 주요 지출내용은 무엇인지, 현금흐름은 어떤지 등을 일일이 소개한다.


◆1달러까지 밝힌다=1960년 설립된 미국 최대 환경보호단체 시에라클럽(tscf.org)은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가 재정 투명성 확보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이 재단의 2007년도 연차보고서는 총수입 4597만2849달러(약 610억원·이하 10일 환율 기준), 총지출 2986만7941달러(약 396억원) 등 자세한 재무상황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전체 38쪽 중 16쪽을 기증자와 후원 단체·기업을 소개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익명의 기증자들(Anonymous Donors)’에 이어 ‘딘우디 가족(Dinwoodie Family)’으로 시작되는 기증자 명단에는 총 2657개의 성금 후원자와 유산기증자, 협찬 기업·재단 이름이 일일이 기록되어 있다.

시에라클럽의 재정 투명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지출 내용이다. 클린카 캠페인에 1만3673달러, 콜비도서관 환경정보센터 설립에 9만3650달러, 걸스카우트의 샌프란시스코만 환경보호 활동 지원에 4만5000달러 등 단돈 1달러까지 쓰임새를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환경위해법안 저지용 의회 로비 34만8936달러’라고 의회 로비활동비까지 떳떳하게 밝힐 정도다. 로버트 헤일 시에라클럽 회장은 “후원자들이 그들의 투자에 대한 계측가능한 결과를 원한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재정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투명성이 우리의 힘”=투명성을 중요시하는 것은 다른 NGO들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2007년 연차보고서에서 한 해 동안 290만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으며 총수입은 2억1231만6000유로(약 3645억원), 총지출은 1억3103만1000유로(약 2250억원)라고 밝히고 있다. 간부진 급여도 공개했다. 지난해 그린피스 국제이사회 의장은 4만유로, 다른 이사들은 1만유로를 급여로 받았으며 임원진 총급여는 54만8000유로라고 소개했다.

인도주의 봉사활동으로 유명한 ‘국경 없는 의사회’의 연례보고서는 더 자세하다. A4 용지 63쪽에 달할 정도로 내용이 방대한데 대부분이 재무정보다. 기부자 명단과 현금흐름, 자산·부채 규모, 국가별 지출과 상근직원 임금 지출 내역 등이 적시되어 있다.

빈민구제단체 옥스팜의 미국지부도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총 6429만1000달러의 기부금과 374만4000달러의 투자수익을 거두는 등 총 6803만3000달러(약 902억원)의 수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연례보고서에서 4쪽을 할애해 액수별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그린피스 단원들이 지난해 멕시코의 한 해변에서 관광객들에 의한 오폐수 방류에 항의하는 의미로 양변기 모형을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사회 풍토 덕분에 우리나라 비영리단체들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막대한 후원금을 받아 쓰고 있다. 재정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재정 투명성도 훨씬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단체들도 자신들의 장부를 활짝 펼쳐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비리 감시에 주력하는 미국 시민단체 코프와치는 한 해 수입이 27만달러(약 3억6000만원) 정도인데, 역시 연례보고서를 통해 수입과 지출 내역, 후원자를 공개하고 있다.

외국 시민단체가 너나없이 높은 투명성을 나타내는 데에는 관련 제도도 큰 역할을 한다. 미국은 국세청이 자선단체·재단이 제출한 자료 170만여개를 시민사회정보시스템을 운용하는 가이드스타에 제공해 그 정보를 온라인상에 게시토록 하고 있다. 연간 2만5000달러(약 3300만원) 이상 기부금 수입이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무적으로 가이드스타 홈페이지에 회계를 공시해야 한다.

영국 역시 자선단체 위원회에 등록된 단체 16만8000여개에 대한 정보를 가이드스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고, 연간 1만파운드(약 2112만원) 이상 기부금 수입이 있는 자선단체들은 회계 공시 의무를 가진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 내년 4월부터 총자산 10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기부금 모집 및 지출명세 등 결산서류를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산 규모 10억원 이상인 단체는 외부 전문가의 세무 확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바뀐 제도에 호응해 재무정보를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법인 전환 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도 각종 법규의 제약을 받아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인 전환을 미뤄온 시민단체들이 얼마나 입장을 바꿀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 팀장, 박성준·조민중·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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