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영화 '미인도' (감독 전윤수, 제작 이룸영화사)는 개봉 전에 이미 배우 김민선을 비롯해 여배우들의 파격 노출과 정사신, 그리고 조선시대 춘화를 완벽하게 재현해 보여줄 것이라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윤수 감독은 "그런 부분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이 감독 입장으로 나쁘지는 않지만, 점점 그쪽으로만 기대심리가 높아지는 것은 아쉽다"라고 밝힐 정도로 영화 '미인도'에 대한 기대심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4일 서울 용산CGV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진 영화 '미인도'는 이러한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전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숨겨져 있는 또다른 영화의 '힘'이 있었음을 덧붙혀 보여줬다.
영화 '미인도'는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김민선 분)이 죽은 친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그림을 그려야 했던 아픔을 간직한 여성이라는 상상력으로 그녀의 스승 김홍도(김영호 분)와 신윤복의 첫사랑 강무(김남길 분), 김홍도를 사랑하는 기녀 설화(추자현 분)의 안타깝고도 엇갈린 사랑으로 그린 작품으다.
'미인도'의 파격 노출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수위가 높았다. 우선 김민선이 "그동안 제가 보여드렸던 연기를 다 버리고 처음부터 갖지 않았던, 보여주지않았던 연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할 정도로 김민선의 파격 변신는 놀라울 정도였다. 기존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던 김민선을 생각하고 본다면 더욱 그녀의 변신이 새롭게 다가올 정도다. 일면 '음란서생'에서 배우 김민정이 왕의 여인 '정빈'역으로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여 아역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린 것과 비견될 정도다. 전 감독은 "정사신에 대해 촬영 전에 대역을 써야되느냐 하는 논의가 있었지만, 김민선씨 몸이 충분히 아름다웠고 김민선씨 본인도 자신의 역할을 다른 사람을 통해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모두 김민선씨가 직접 연기했다"고 말했다.
추자현을 비롯한 다른 여배우들의 노출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기녀로 출연하는 추자현은 이미 '사생결단'에서 한차례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여 이번 그녀의 연기는 한층 농익은 수준에서 논할 수 있었다. 특히 김민선과 동성애를 연상케 하는 키스신 등은 김민선보다는 추자현의 리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이에 전 감독은 "영화는 순수한 사랑과 욕망 등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부분들이 많은데, 이런 것이 자꾸 부각이 되니까 빨리 영화가 공개되어서 원래 전하고자 하는 부분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파격 노출은 사실 시각적인 양념에 불과했다. 강무와 신윤복의 사랑, 그리고 신윤복을 사랑하는 김홍도와 김홍도를 사랑하기에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기녀 설화와의 복잡하고도 안타까운 관계는 사극적인 요소보다는 멜로적인 요소를 강조해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유혹하고 흔들리는 그 아름다운 마음을 그렸고, 그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신윤복의 말이나 왕에게 '춘화'를 그려 보여준 뒤 죽을 수는 있지만 아름다운 것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김홍도의 말은 사람간에, 남녀간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의 순수함과 이를 사회적으로 거부해야 하는 고민을 담고 있다. 특히 신윤복과 강무, 설화에 대한 감정을 높낮이 높은 기복을 보이며 표출하는 김홍도의 모습은 이러한 인간의 순수한 감정과 고뇌를 공감하게 표현했다.
영상미 역시 빼어남을 자랑했다. 김홍도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동안 제자 신윤복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나, 신윤복이 강무를 만나러 가기 위한 장면, 화려한 기방의 모습이나 신윤복과 강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 등은 노출이나 정사신과는 또다른 시각적인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신윤복이 현대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림에는 사람들과의 관계 등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전 감독의 말이나 "서양화는 어떻게든 채워야 하는데 동양화는 여백의 미가 있는 것 같다. 빈 공간이 그림이 된다. 아주 기발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김영호의 말처럼 그림에서 담고 있는 상상력을 다시금 스크린으로 옮겨 관객들에게 약간은 여백이 남은 듯한 느낌으로 전달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남았다. 조선시대 성문화를 드러낸 춘화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보여준 높은 수위의 장면은 영화의 흐름상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는 우려를 낳을 정도였다. 제작사측은 이를 위해 많은 배우들을 만나보고 수소문해 2명을 캐스팅하고 혹독한 트레이닝을 통해 현란하고 육감적인 체위들을 선보였다고 말하지만, 청나라체위와 조선시대 체위를 비교할 필요성이 극 흐름상 굳이 존재하지 않는만큼 단순한 '눈요기' 수준에서 머물렀을 뿐이다. 또한 신윤복과 김홍도가 그리는 그림들이 극의 주요 장치로서의 역할보다는 단순하게 나열식으로 제시되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간간히 그림들이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의 역할이나 활용도는 떨어졌다.
김민선, 김영호, 김남길, 추자현이 출연하고 센세이션 조선멜로를 표방한 영화 '미인도'는 오는 11월 13일 개봉된다.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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