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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대중음악 공연 허용…어떻게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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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1-03 21:31:31 수정 : 2008-11-03 21: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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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이 대중가수들에 대관을 해주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가수 인순이는 두 차례에 걸친 예술의전당 공연 불허 방침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중가수들에 대한 차별을 즉각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국내 대중음악 가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전문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이 개방에 인색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애초 클래식 전용홀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순수음악 공연장으로 이용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체육관 전전하며 공연… 시설 개방해야
안정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회장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의 관심사는 단연 가수 패티 김(50주년), 조용필(40주년), 인순이(30주년) 순으로 이어지는 데뷔 몇 십주년 기념 소식이다. 그러나 얼마 전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은 가수 인순이의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가 안타깝게도 대관이 또다시 거절되면서 공연 무산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서 그동안 우리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공연시설물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던 대중음악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변변한 전문공연장 하나 없어서 임시로 체육시설과 운동장을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 대중음악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유일한 대안인 체육시설 사용조차도 관람 의자, 매표소, 화장실 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시설부터 고가의 공연시설까지 과도하게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반복하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비효율적인 소모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작용하여 관람료 상승과 공연품질의 저하, 서비스 품질의 저하 등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중음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중음악 공연의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한류를 개척했고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며, 대중가수 ‘비’, ‘보아’, ‘동방신기’ 등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대중음악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제 정부를 비롯한 모든 관계시설은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예술의 전당과 같은 기존 공연 가능 시설물에 대한 전면 개방과 정부 시설물에 대한 리모델링 또는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건립 등을 통해 국민의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정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회장

극장 측 결정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를
탁계석 음악평론가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이분법으로 보기보다 그 기능과 역할이 다른 다양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 이미 장르 간의 벽 허물기는 뉴스거리도 못 되는 해묵은 소재다. 90년대에 접어들어 많은 실험도 했고 지금도 별 문제없이 선별적인 수용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때문에 극장 측이 힙겹게 내린 결정을 수용하는 성숙한 아량에 호소하는 것 외에 방법이 있겠는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느냐, 그 기준이 무엇이냐는 등 여론을 업고 계속 따져 묻거나, 꼬리 물기식의 개방 요구를 끊임없이 해오면 정말 난처해진다. 그 경계 긋기의 어려움은 대중음악 자체에서 정해 보라고 해도 똑같은 어려움에 처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성악가’와 ‘가수’의 경계는 무엇인가. 요즈음 가곡이 잘 불리지 않자 가요 흉내를 내는 가곡도 많고 오페라 아리아 등 클래식 레퍼토리를 시도하는 가수도 있는 것 같다. 예술이 태생적으로 자유스러운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이를 제도적으로 막기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가 있는데 그 결정이 과거처럼 권위주의적 발상이거나 문화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만 지금의 예술의 전당에서 자기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의견을 좀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사회 문화 성숙도에 의해 자연스럽게 지킬 것은 지키고 실험할 것은 실험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개방해서 얻는 것과 개방해서 잃는 것, 어느 쪽에 기준을 갖느냐는 것은 극장의 고유 권한이다. 이를 다중의 여론을 업고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자칫 자존심을 앞세워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더욱 아니라고 본다.

탁계석 음악평론가

공연장 가치는 가수와 관객이 만드는 것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공연장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는 공연장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그 공연장에서 공연한 아티스트들에게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공연의 가치는 공연장, 아티스트, 관객들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때 가능한 것이다. 예술의 전당이 비록 순수 예술가들을 위한 공연장의 목적을 수행해야 하지만 대중적인 아티스트가 원하고 관객도 원한다면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관이 허용되어야 한다.

물론 예술의 전당이 모든 대중 예술인들이 원한다고 제공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예술의 전당은 순수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용필의 경우에도 그랬듯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심의를 거쳐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할 수 있을 만한 자격과 조건이 되는 대중가수가 있다면 마땅히 대관을 해주어야 한다.

예술의 전당이 오로지 순수 예술가들에게만 대관해 준다고 해서 그 명예와 권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 교향곡, 독창회가 대형 스타디움이나 대중공연장에서 공연된다고 아티스트의 명예가 훼손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제는 그 공연장에 걸맞은 좋은 공연을 관객에게 얼마나 멋지게 선사하는가에 있다. 예술의 전당은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장 중의 하나이다. 대중가수에게 대관을 불허하는 논리가 상업성에 대한 방어라면 모를까, 태생적 권위를 지키기 위함이라면 어리석다. 예술의 전당은 결국 아티스트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들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클래식 제약 많아… 전용공간 지켜줘야
윤철희 국민대 음악학부 교수

경제성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대중문화는 당연히 높은 대중성에 비례한 수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그 수요에 합당한 수지타산도 생겨 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문화 공연은 장소에 대한 제약이 적은 공연의 특성과 맞물려 실제로 장소와 상관없이 많은 곳에서 행해지고 있다. 반면, 순수 클래식은 여러 면에서 제한된 청중 확보와 이익 확충이 어려운 실정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실정은 우리나라 순수 클래식 음악의 입지를 보여주며, 공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과 환경마저도 뒷받침되고 있지 않은 것을 단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클래식 문화의 인재 양성에 큰 결함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례로 클래식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경우를 보면, 기업과 은행, 개인의 후원이 실로 막대하고 음악을 할 수 있는 요건과 연주자들이 연주할 수 있는 요건 또한 마련하고 있고, 그로 인해 훌륭한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등이 많이 배출된다.

본론으로 들어가 대중가수의 예술의 전당 대관에 대하여 많은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때에 외국같이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기본적 소양으로 쌓을 수 있기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순수 클래식의 보호와 지원이 절실함을 피력하는 바이다. 예술의 전당은 클래식 전용으로 알려져 있고 지금까지 클래식 연주가 공연되어 왔으며 이것이 일반적이다. 순수 클래식은 대중도나 흥행면이 대중가요와는 다른 영역에 있다. 대중가수의 예술의 전당 공연은 개인적으로 볼 때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나 그로 인해 예술의 전당의 장소가 클래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면 실로 우려할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윤철희 국민대 음악학부 교수

정리=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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