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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정취 더하는 양초, 우리 집 밝히는 '재간둥이'

입력 : 2008-10-09 18:07:33 수정 : 2008-10-09 18: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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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양초입니다. 한때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서민의 친구였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지금은 정체성이 모호해졌어요. 물론, 얼마 전 ‘촛불집회’ 때 반짝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그게 저의 주 역할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그런데 최근 들어 집이나 카페의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쁜 제 친구들의 존재만으로 실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지니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거나 기분을 좋게 해 주는 향을 피워 올리는 재주꾼 친구들도 있답니다. 로맨틱한 가을 밤을 만들어 줄 저희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실까요?

# 하나만으로도 분위기 업… 디자인 양초

유럽에서는 양초가 단순한 간접조명의 역할을 넘어 식사 때 분위기를 돋워주거나 불을 피우지 않은 채로도 장식적인 효과가 있는 생활 소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내의 잡냄새를 없애준다는 실용적인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모임의 운치를 더해 주는 ‘분위기 전환용’ 양초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디자인 양초 전문 판매점이 생겨나고 있다. 또 화장품 라인별로도 양초를 하나씩 넣을 정도로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문을 연 캔들숍 ‘어바웃어’(www.abouta.co.kr)의 양수빈 대리는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등지의 장인 가문에서 수제로 소량 생산 하는 양초와 데코레이션 소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며 “결혼식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용 수요도 있지만, 집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양초를 사 가는 손님이 전체 구매자의 절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요즘 인기 있는 디자인 양초는 조각처럼 매끈하고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인위적인 것보다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멋을 살린 것이다. 색감도 원색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의 파스텔톤이나 깊고 우아한 느낌의 탁색이 많다. 어바웃어는 초와 꽃을 꽂는 실린더가 함께 제작돼 홀더 기능을 하는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 양초도 선보였다.

# 피우면 향기 솔솔… 아로마 양초

좋은 향이 나는 아로마 양초(향초)는 방향제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실내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다. 향에 민감한 사람들은 심신을 안정시켜 주거나 활기를 더해 주는 아로마 테라피 효과에도 주목한다. 모기가 싫어하는 시트로넬라향을 넣어 모기 쫓는 효과가 있는 초도 있고, 감각을 자극해 식욕을 돋워주는 초도 있다. 단 지나치게 저렴한 것을 사면 인위적인 향 때문에 머리만 지끈거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서 고를 필요가 있다.

향초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향은 스파 등에 사용되는 에센셜 오일의 향과 비슷하다. 라벤더는 날카로워진 신경을 진정시키며 피로 회복, 우울증,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 카모마일은 화가 나거나 흥분했을 때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도록 도와준다. 페퍼민트 향은 시원한 박하 향기로 머리를 맑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어 수험생에게도 인기가 있다. 베르가못과 버베나는 시트러스 계열로, 생활에 활력을 부여하는 기분 전환용 향이다. 특히 상큼한 느낌을 줘 여름에 인기가 좋다.

향초는 이 같은 향을 두 가지 이상 적절히 섞어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일부 향초는 마치 향수처럼 전문 조향사가 제조할 정도다. 록시땅의 ‘릴렉싱 캔들’은 라벤더, 티트리, 제라늄 에센셜 오일이 함유되어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다. 하루 일과 끝에 실내에 피워 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사진=어바웃어>



>> 자투리 재료로 양초 만들기

집에서 쓰다 남은 밋밋한 흰색 양초를 이용해 다양한 디자인의 초를 만들 수 있다. 원하는 대로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양초 재료를 파는 곳에서 전문 재료를 구입하면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집에 굴러다니는 폐품으로도 ‘나만의 초’를 만들 수 있다. 양초공예가 황정희씨의 도움을 받아 ‘청크 필라 캔들’(덩어리 초가 들어간 기둥 모양의 초)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사진①                                                                    ◇사진②

파라핀이나 쓰다 남은 자투리 양초를 냄비에 끓인다. 파라핀에 염료(크레파스도 가능)를 섞어서 평평한 판이나 종이상자(재활용품) 등에 붓는다. 완전히 굳기 전에 사무용 칼 뒷부분으로 자른 뒤 완전히 굳으면 떼어낸다(사진①). 같은 방법으로 여러 색깔의 청크 베이스를 준비하면 다양한 색깔의 초를 만들 수 있다(사진②). 양초 두께에 맞는 심지나 명주실을 파라핀으로 코팅해 준비한다. 필라몰드(두루마리 휴지 심 등 활용)는 두꺼운 종이에 세워 옆부분은 유토로 막는다. 중앙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서 심지를 넣고 테이프로 붙여서 녹은 초가 흐르는 것을 막는다. (완성하면 몰드의 바닥부분이 양초의 윗부분이 된다.) 몰드에 준비된 청크 베이스를 원하는 색상별로 넣어준다. 끓여서 녹여 놓은 파라핀을 조금 식혀서 붓는다. 향기를 원한다면 이때 향료를 넣으면 된다. 몰드를 떼어내 완성한다. 만드는 과정에서 흘러내린 양초는 드라이기로 녹여 바로 닦고, 그래도 남을 경우는 알코올로 한번 더 닦으면 깨끗이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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