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날(9일)을 앞두고 8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원사로 등록된 제과업체 홈페이지에 소개된 과자 제품 449건의 이름을 분석한 결과 54.6%인 245건에 영어 등 외국어가 포함된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외래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한글로만 된 과자 이름은 31.2%에 불과했다.
업체들은 제품의 모양이나 맛을 설명하기 위해 주로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운맛은 ‘핫’으로, 우유 맛은 ‘밀크’, 땅콩 맛은 ‘피넛(피너츠)’ 혹은 ‘너트’, 벌꿀 맛은 ‘허니’ 등으로 표현했다. 또 나뭇잎 모양은 ‘립’으로, 막대기 모양은 ‘스틱’, 고리 모양은 ‘링’, 공 모양은 ‘볼’ 등의 영어단어를 사용했다.

특히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지만 영어를 쓰는 사례가 많았다. 한 상품에 여러 가지 맛이 있으면 제일 먼저 나온 과자에 ‘오리지널’, 원본보다 작은 크기로 만든 제품에는 ‘미니’ 등으로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었다.
건전한 언어습관을 해치는 정체불명의 과자이름도 눈에 띈다. ‘짱!셔요’, ‘캡짱’, ‘멜짱’ 등은 최고 혹은 일등을 뜻하는 속어 ‘짱’이란 단어를 사용했으며, ‘컵앤즐’, ‘빠베시’, ‘꼬깜’, ‘츄앤씽’ 등 의미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름도 많았다.
반면 제품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재치 있게 만든 한글 과자 이름에는 ‘자갈치’, ‘별따먹자’, ‘고향집 누룽지’, ‘감자랑 또 다른 만남’, 등 정도가 눈에 띄었다.
조사대상은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원사 중 과자류를 판매하는 13개 업체 제품이며 업체가 스낵, 비스킷, 파이, 캔디, 껌, 토이제과류 등으로 분류한 제품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음료수와 빙과류는 포함하지 않았다. 과자 이름 중에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영어 등 외국어가 사용된 제품을 분석했고 다만 크래커, 파이, 와플, 케이크, 웨하스, 초콜릿(초코) 등 외래어를 사용한 것과 체리 등 과일 이름은 제외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정책위원은 “과자를 주로 접하는 나이의 아동들은 곱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많이 접하고 배워야 할 시기인데도 외국어를 남발하는 과자 이름 때문에 우리말보다 외국어를 더 친숙하게 여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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