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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되레… 외래어 남발

입력 : 2008-10-09 10:11:12 수정 : 2008-10-09 1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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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민센터…BUY전북상품…
각종 정책·공문서 등 마구 써
주민들 “무슨 뜻인지 잘 몰라”
◇8일 경기도청 본관 현관 안내실 벽면에 한글 대신 ‘Information’이라는 영자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한글보호에 앞장서야 할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들이 민원창구나 공문서 등에 영어 등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다. 교육기관들까지 외래어 남용 바람에 가세하고 있어 한글은 공공기관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8일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9월 50여년간 사용해 온 동사무소의 명칭을 ‘동주민센터’로 바꿨다. 한글 명칭을 ‘센터’라는 영어를 조합해 변경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외국인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박업소 확보 차원에서 시행 중인 중저가 숙박업소를 ‘이노스텔’로 이름 붙였다. ‘Innovation(혁신)’과 ‘Hostel(숙박시설)’을 합성했다. 올해부터 사계절 축제로 열고 있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이름 역시 영어로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는 도청 제1 본관을 비롯, 2, 3별관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 현관 안내석에 ‘Information’이란 영자를 써붙이고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반면 우리말로 된 ‘안내’라는 글자는 찾아볼 수 없다. 이 탓에 도청을 찾는 일부 방문객들이 안내석 도우미에게 ‘어디에서 안내를 받아야 하는지’를 묻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각종 정책이나 보도자료 등에 이해할 수 없는 영어를 남발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최근 ‘영어교육의 새로운 날개 발명과 창의’라는 보도자료에서 ‘영어교육선진화 3V(Vision, Venture, Victory)프로젝트’, ‘영어로 만드는 디지털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 ‘원어민과 함께하는 창의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등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를 사용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슬로건을 공모 중인 전북도는 최근 ‘We Make History’ ‘Taste Tomorrow’ ‘Next Korea’ 등 5개의 문구 중 1순위로 ‘We Make History’를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전북의 대표적인 농·수·축, 공산품을 ‘BUY 전북상품’으로, 홈페이지를 ‘JB 플라자’로 각각 명명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공공기관이 외국어를 남발해 도저히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글학회 유운상 사무국장은 “공공기관 등의 외국어 남발은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영어 등 외국어 위주의 정부 교육정책에서 비롯됐다”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말과 우리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이 병행된다면 외국어 남발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전주=김영석·박찬준 기자,

이귀전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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