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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운전면허 청력기준 완화는 '생색내기'

입력 : 2008-09-23 09:20:08 수정 : 2008-09-23 0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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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5dB조정…보청기하면 차이없어

권익위 "비사업용은 면허 허용" 권고
청각 완전 상실 장애인 이모(44·식료품점 점원)씨는 요즘 정부의 제1종 운전면허 기준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최근 청력기준을 다소 완화키로했지만 자신처럼 청각을 완전히 잃은 운전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1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안냈을 정도로 운전에 자신이 있다”며 “어린이집 등에서 15인승 승합차로 생계를 꾸리는 게 꿈이지만 1종면허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지 않아 살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정부가 청각장애인 제1종 운전면허의 청력기준을 완화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10만명에 달하는 청력 완전상실 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이어서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경찰청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경찰청은 권익위의 운전면허 청력기준 완화 시정권고에 따라 제1종 운전면허 청력기준을 현행 55㏈ (보청기 미착용 시)에서 70㏈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년부터 실시하겠다 밝혔다. 경찰은 이 제도로 청각장애인 13만4000여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청각기준 완전 폐지가 아닌 완화는 정작 1종운전면허가 절실한 10만여명의 청력 완전 상실자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다. 또 55㏈이나 70㏈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청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보청기의 도움으로 청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청력기준을 15㏈ 정도 완화한 것 역시 실질적으로 의미 없는 조치다.

한국청각장애인협회에 따르면 청각장애인들은 음성인식·전후방 감지 카메라· GPS(위성 위치 추적장치)등의 교통과학의 발달에 따라 운전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으로 1종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것은 청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권익위도 이 같은 사실을 고려, 보청기를 사용하고도 40㏈이상을 들을 수 없는 완전 상실 장애인들도 제1종 면허시험 응시를 전면 허용하도록 경찰청에 권고했다. 권익위 김재관 민원조사협력과장은 “애초 비사업용 차에 한해 제1종 보통면허의 취득을 전면 허용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운전 현장에서 외부 경고음을 듣고 운전자가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소 70㏈의 청력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권익위의 권고를 충분히 검토했지만최소한 자동차 경적 수준인 70㏈ 정도를 들을 수 있어야 원활한 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민중 기자 inthepeo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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