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 그는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하는 식이었다. 그는 메가레에서 아테네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일단 행인이 나타나면 거리로 나가서 아주 온화한 미소로 친절하게 자기 집으로 초대한다. 아주 친절하게 융숭한 대접을 하고는 잠자리까지 제공한다. 친절에 감동한 행인들은 그가 하라는 대로 침대에 눕는다.
그런데 그 침대는 행인에 따라 다르다.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넉넉하게 긴 침대를 준다. 그리고 그가 마음 놓고 잠이 들면 얼른 밧줄로 포박한 다음 침대의 길이만큼 늘려서 죽인다. 반면 키 큰 사람이 오면 오히려 길이가 짧은 침대를 제공한다. 이 행인이 마음 놓고 잠이 들면 프로크루스테스는 밧줄로 묶은 다음 키가 커서 침대 밖으로 나온 다리를 잘라죽이곤 했다. 그렇게 음흉하고 흉악한 악당이 지키는 길목으로 테세우스가 들어섰다! . 그러자 프로크루스테스가 나타나 그를 맞았다. 아주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그가 테세우스에게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아테네로 가는가 보오?”
“그렇소만.”
“날도 저물었으니, 숙소를 찾아야 할 것 아니오. 나는 다마스테스라고 하오. 마침 우리 집에 나 혼자 있으니 우리 집에 와서 편히 묶고 가구려.”
테세우스가 망설이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뭘 그리 생각하오. 전혀 부담 갖지 마시오. 나는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서 그러니, 우리 집에 와서 이야기나 나누면 내겐 큰 기쁨이오.”
테세우스는 사람 좋아 보이는 다마스테스를 따라 가기로 했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다마스테스로만 알고 있었다. 테세우스가 그의 집에 들어서자 그는 맛있는 음식을 내다가 정성껏 대접했다.
테세우스는 그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하며 자신이 이제껏 아테네로 향해 오면서 겪었던 모험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흥미있는 모습으로 그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밤이 이슥해지자 다마스테스라는 사람은 테세우스를 침실로 인도했다.
마침 테세우스가 누운 침대는 그의 키보다 작았다. 그를 인도한 프로크루스테스가 밖으로 나가자 테세우스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철제침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침대를 자세히 살펴보노라니 사람의 살점 같은 것이 있었는데 거기서 악취가 나고 있었다.
테세우스는 느낌이 이상했다. 그때 밖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테세우스는 얼른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척했다. 그제야 테세우스는 소문으로만 듣던 다마스테스(얌전하게 하는 자라는 뜻)라는 자의 정체가 바로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크루스테스가 테세우스가 누운 침대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테세우스의 몸을 슬쩍 흔들어보았다. 테세우스는 일부러 곤히 잠을 자는 척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자는 테세우스의 몸을 밧줄로 두르고 있었다. 이때 테세우스는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프로크루스테스의 몸을 침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그를 밧줄로 꽁꽁 묶어 버렸다. 엄청난 테세우스의 힘에 눌려 힘 한 번 못쓴 채 프로크루스테스는 꼼짝없이 버둥대며 침대에 묶이고 말았다.
“아이고, 영웅이시여, 제발 이 밧줄을 풀어 주시오. 난 당신이 침대 밖으로 떨어질 까봐 밧줄로 고정시켜주려 한 죄밖에 없단 말이오.”
“하하하핫, 내 일찍 자네의 소문들어 알고 있었네. 오늘 재수 없게 사람 잘못 골랐다고 생각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테세우스는 침대 밖으로 나온 프로크루스테스의 양팔을 잘랐다. 거친 신음을 하며 프로크루스테스는 목숨을 구걸했지만 테세우스는 한번 결정하면 그걸로 끝인 성격이었다. 테세우스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이번에는 침대 밖으로 나와 있는 그의 다리마저 잘랐다. 그러자 그의 양팔과 다리에서 피가 솟구치며 진한 비린내를 몰고 왔다. 그러더니 얼굴이 창백해진 프로크루스테스는 축 늘어져서 죽었다.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긴 테세우스는 케피소스 강에 이르렀다. 테세우스는 여행을 떠난 이래 처음으로 따뜻한 환대를 받았는데, 데메테르에게 무화과나무를 전수받은 피탈로스의 자손이 그를 후히 대접했다. 진정어린 환대에 감동한 테세우스는 그를 사제로 삼았다.
드디어 테세우스는 아테네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가 아테네에 도착했을 때, 아테네 시내는 혼란 상태에 빠져 있었다. 아이게우스는 왕위를 물려줄 아들이 없었으므로, 팔라스의 아들 50명이 서로 왕권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고 있었다. 팔라스는 아이게우스의 처남으로, 아이게우스가 왕위를 이을 적자가 없다는 것을 빌미로 자신의 아들이 왕위를 차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이게우스가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팔라스의 공이 컸다. 그래서 아이게우스는 그를 배신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팔라스에게는 아들이 50명이나 있어서 이들은 서로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그런 틈새를 이용한 메데이아는 은근히 자기 아들을 왕으로 세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아이게우스는 메데이아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메데이아가 외국 출신이었기 때문에 왕위를 이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메데이아는 자기 아들인 메도스가 왕위에 오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혼란한 상태에 있을 때 테세우스가 아테네에 나타나자 아테네 시민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이미 테세우스의 영웅담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테세우스가 아이게우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테세우스 또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며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단지 자신은 헤라클레스를 존경하여, 헤라클레스처럼 모험을 즐길 뿐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나 메데이아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테세우스가 아이게우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메데이아는 테세우스가 시민들의 대단한 인기를 얻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의 얼굴을 살폈고, 신통력으로 테세우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메데이아는 팔라스의 아들 50명보다도 테세우스가 자기 아들을 왕위에 오르게 하는데 더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메데이아는 궁리 끝에 테세우스를 제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메데이아는 모반을 꾀하는 팔라스의 아들 50명과 테세우스가 결탁했다고 아이게우스에게 고자질했다.
“아이게우스 왕이시여. 당신이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벌써 왕위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 팔라스의 아들들을 봐요. 이미 저들이 왕위를 차지한 것처럼 행세해요. 거기다가 테세우스라는 자가 나타나서 팔라스의 아들들과 결탁을 해서 저들이 더 기세등등하단 말예요. 사실 가장 위험한 인물은 테세우스에요. 시민들의 힘을 업고 있어서 이제는 시민들이 테세우스를 당신보다 더 위대하게 생각하고 있단 말예요. 그러니 당신의 영이 서겠어요.”
“그러니, 테세우스가 그렇게 대단한 공을 세워서 양민들을 보호한 셈이니, 어쩌겠소.”
“그러니까 그를 죽여 없애야 해요. 이러다간 갑자기 나타난 테세우스에게 왕위가 넘어가게 생겼어요.”
메데이아의 강력한 주장에 아이게우스는 할 말이 없었다.
“일단 명분이 있어야 하니 테세우스에게 명하여 미노스의 황소를 퇴치하게 하세요. 만일 그가 황소를 퇴치하면 일단 시민들의 청원을 들어준 것이고, 만일 황소에게 테세우스가 당하면 우리가 앓던 이를 뽑은 것이 되니 좋은 생각이잖아요.”
아이게우스 왕은 사람을 보내어 테세우스에게 ‘아티카 동쪽에 있는 마라톤에 가서, 이 지방을 어지럽히고 있는 사나운 황소를 퇴치하라’고 명했다. 이 황소는 포세이돈이 크레타 섬의 미노스에게 준 것으로,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가 사랑하던 소였다. 헤라클레스가 그의 일곱 번째 과업으로 그리스에 데려온 이래 이 소는 아티카에서 횡행하고 있었다. 아이게우스는 이미 미노스의 아들 안드로게오스를 보내 그 소를 퇴치하게 했으나 안드로게오스는 오히려 소한테 살해당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메데이아의 꾀대로 하면 그의 골칫거리를 해결한 셈이니 더할 나위 없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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