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은 6월 말 기준으로 증권사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파생상품 등에 7억2천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국내 증권사들이 리먼브러더스의 ELS에 투자한 규모가 4천억원 수준이며, 나머지는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유동성 공급(LP) 물량이다.
이 중 ELW는 발행사가 리먼브러더스의 물량을 인수한 후 LP업무를 대신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리먼브러더스의 ELS를 들여와 판매한 국내 증권사들은 해당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아 손실 처리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발행사가 디폴트(지불 불이행)에 처하면 국내 증권사가 손실을 떠안는 노트(일종의 채권) 계약을 맺고 외국계 증권사의 ELS를 들여와 판매했다. 따라서 외국계 증권사가 쓰러지면 국내 증권사들은 ELS 투자금을 고스란히 떼일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의 ELS를 판매한 국내 증권사들은 일부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현재 리먼브러더스에 검사단을 파견한 만큼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손실규모를 파악할 수 있으며, 미국 파산법원의 결과에 따라 손실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리먼브러더스 관련 ELS 노출 규모가 전체의 1.7%에 불과해 국내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에는 금융 신용위험을 헤지만 하는 형태의 ELS가 많이 늘어나면서 투자위험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미국의 신용위기 사태로 많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ELS 관련 잠재 위험이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가져다 판매한 ELS 물량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ELS 미상환 잔고는 25조2천764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44.7% 증가했다. ELS는 작년 한해 25조8천억원 가량 발행됐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5조6천783억원 어치가 팔렸다.
국내 증권사와 대규모 ELS 거래를 한 외국계 증권사 중에는 UBS가 가장 규모가 크며 이어 크레디트스위스, 메릴린치, 도이치은행, JP모간, 리먼브러더스, 소시에떼제네랄, 골드만삭스 등 순이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계약 형태에 따라 조건은 천차만별이지만 외국계 증권사가 모두 디폴트가 난다면 국내 증권사들이 입을 손실규모는 10조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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