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삶 사는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 느껴져

그 스스로도 빈곤과 싸우면서 프랑스 시골농민의 일상을 취재하며 독특한 시적 정감과 우수에 찬 분위기가 감도는 작풍을 확립, 오늘날 유럽 회화사상 최고의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걸작 중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이삭줍기’에는 이미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세 농촌여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두 여인은 허리를 굽혀 땅에 떨어진 곡식 낟알을 줍고, 한 여인은 자신들이 모은 이삭을 간수하고 있다. 멀리 엷은 구름이 낀 하늘 아래에는 수확물들이 그득히 쌓여있고. 일꾼들이 분주하게 곡식 단을 나르고 있다. 말을 탄 관리인은 건물 앞에서 일꾼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일꾼과 관리인의 모습은 작품 전면에 서있는 세 여인을 둘러싼 분위기와는 어딘지 다른 것처럼 보인다. 무슨 차이인지 아시겠는가? 그렇다. 여인들은 소유한 땅도, 수확할 곡식도, 곡식을 거두어주고 삯을 받을 고용주도 없는, 그야말로 가난한 천민들이다.
작품에서처럼 당시 유럽은 추수꾼들이 추수하고 지나간 자리에 떨어진 곡식 낟알을 주워 가져가는 것이 암암리에 허용되던 사회였다.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기에도 벅찰 정도의 가난에 허덕이는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였던 것일까. 작품을 다시 보니 여인들의 투박한 손과 굽은 허리,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한 머릿수건이 더 이상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고 삶을 지탱하려는 고된 노동행위의 산물로 보인다.
노동은 늘 고될 수밖에 없지만, 그 뒤에 돌아오는 휴식과 자연이 주는 선물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그래서 늘 자연을 대하는 농민들은 거룩하고 숭고한 노동의 의식에 기꺼이 동참하면서도 때론 부유한 도시민보다 더 큰 마음의 여유를 갖는가 보다.
그에 비해 많은 도시민은 어떤가. 한 방에 ‘인생역전’ 하는 것이 더 부러움을 얻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복권당첨자들의 90%가 결국 파산해 무일푼 신세로 전락했다는 조사결과도 있고, 그런 사례가 잊을 만하면 뉴스에 보도되곤 하지만, 여전히 복권발행사업체는 불황을 모른다.
최근 영국의 한 여성이 친척으로부터 상속받은 약 180억원을 자선단체와 복지시설에 기부한 미담이 소개됐다. 여생을 여유롭게 살 수 있을 정도의 큰돈이었지만, 그녀는 곧 있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자 하나를 사고 호텔에 묵을 비용을 제외한 전액을 기꺼이 희사했다고 한다.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갖게 됐다. 화려한 옷을 입기엔 몸매가 받쳐주지 못하고 술 담배도 하지 않으며 휴가를 보낼 틈도 없다. 그래도 지금 정말 행복하다”는 그녀의 발언은 ‘한 방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잊고 있던 무언가를 다시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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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땀방울 어린 노동의 가치가 점점 퇴색되어가는 요즘이기에, 작지만 훈훈한 실천으로 마음의 수확을 거두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도 민족의 명절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친인척들과 만나는 것도, 풍요로운 식탁 앞에서도 가난한 마음을 갖게 될 법한 요즘 세상이지만, 그럴수록 함께 ‘마음의 부자가 되는 법’을 이야기해 봄은 어떨까.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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